"경찰의 수사 과정 자체를 수사하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경위와 관련, 하루가 멀다 하고 말을 바꾸며 갈팡질팡 하는 경찰에 질타가 쏟아지고 있다.
경남경찰청은 서거 당일인 지난달 23일 이운우 청장을 본부장으로 해 94명을 투입한 대규모 수사본부를 꾸렸다. 이어 23, 24일 기자회견에서 "노 전 대통령이 오전 6시45분께 부엉이바위에서 지나가는 사람을 보고 '누구지?'라고 물어 이모 경호관이 시선을 돌린 사이 스스로 바위 아래로 뛰어내렸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아흐레가 지난 지금, 경찰의 당초 발표에서 바뀌지 않은 것은 "노 전 대통령 스스로 뛰어내렸다"는 사실 뿐이다.
이 경호관이 노 전 대통령의 투신 당시 현장에 없었음을 뒤늦게 안 경찰은 지난달 27일 재조사 결과를 내놓으면서, "오전 6시14~17분 사이에 투신해 6시45분께 바위 아래에서 발견됐다"고 정정했다. 그러나 닷새 뒤인 1일에는 발견 시각을 6시51분께로 다시 바꿨다.
이 경호관의 입만 바라보고 수사의 기본인 사건 현장 주변 목격자 탐문도, 사저 주변 폐쇄회로(CC)TV 화면 등 증거 확보도 하지 않은 탓이다. 경찰은 뒤늦게 휴대폰 통화내역을 확보하고도 이 경호관이 동료와 통화한 횟수조차 4차례에서 6차례로 오락가락했다. 2차례 무전 교신 중 "하산하신다"고 알렸다는 첫 무전도 '없었던 일'이 됐다.
경찰은 조만간 최종 수사결과를 발표할 예정이지만, 벌써부터 '또 무엇이, 어떻게 달라질까' '과연 최종일까' 하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경찰의 어이없는 수사는 서거 경위와 관련한 황당한 음모론 확산에 빌미를 줬다. 노 전 대통령의 유서가 발견되지 않았다면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 생각만 해도 섬뜩하다.
이동렬 사회부 기자 d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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