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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구, 외국인에 귀를 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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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구, 외국인에 귀를 열다

입력
2009.06.03 0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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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래로에 심어진 은행나무 가로수가 얼마나 한국적인 느낌이 들고 좋은지 몰라요. 간혹 프랑스에서 가족들이나 친구들이 놀러 와서 보고는 거리가 예쁘다는 말을 꼭 할 정도에요. 그런데 이번에 가로수 종류가 바뀐다고 하는데, 그냥 두면 안 되는 건가요? "

1일 서초구청 회의실. 언뜻 보면 동네 반상회를 연상케 하는 이 모임에서 대화를 나누는 사람들은 다름 아닌 외국인이다. 서초구에 살고 있는 6,000여 명의 외국인을 대표해 모인 13명은 외국인들의 의견을 전달하고, 일상생활에 대한 민원도 제기했다.

국제 도시를 표방하는 서울 서초구가 1일 외국인의 눈으로 행정을 평가 받기 위해 외국인 자문위원회를 지자체로는 처음 발족했다.

일반 시민들이 주축을 이루는 보통의 주민위원회와 달리 외국인의 관점에서 서초구의 잘잘못을 지적해줄 수 있는 외국인들의 주민모임을 마련한 것이다. 위촉된 자문위원 13명의 국적은 프랑스, 호주, 일본 등이며 외국 거주 경험이 있는 내국인 3명도 '도우미' 차원에서 포함됐다. 이들의 직업도 프랑스학교 학부모 대표와 작가, 일어강사 등 다양하다.

이들은 이날 서초구의 외국인 관련 정책 자문은 물론 일상생활에서 평소 자신들이 느꼈던 불편사항과 바라는 점, 현재 살고 있는 마을의 작은 민원들까지 서초구청과 의견을 나눴다.

이날 자문위원 위촉식 후 첫 안건으로 상정된 것은 '서래로 특화거리 조성사업'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는 것이었다.

가로수 수종을 변경하는 문제와 특화거리 조성공사에 따른 아이들 안전장치 마련 등에서부터 외국인 대상 쓰레기 분리수거 절차 홍보, 프랑스 관련 채널의 지속적인 방영, 주차공간 확보 등 갖가지 의견과 민원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서초구는 공사구간에 대한 어린이 안전장치 마련과 외국어로 된 쓰레기 분리수거 안내책자 제작, 프랑스 채널 확보 등을 약속했다. 또 주차공간 확대 문제와 가로수 수종 변경 등에 대해서도 검토키로 했다.

구는 이와 함께 외국인 대부분이 서래마을에 거주하는 특성을 감안, 외국인 전용 주민센터인 '서래 글로벌 빌리지센터'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도 약속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제니퍼 아네트(52ㆍ호주)씨는 "아직 한국어가 서툴러 통역을 통해 이야기를 주고 받는 어려움도 있었지만 좋은 경험이었다"면서 "외국인들도 신경 써주는 모습에 '한국'이라는 나라가 더욱 친근하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구 관계자는 "대부분 직장을 갖고 있는 자문위원들의 현실을 감안해 우선 분기별로 회의를 개최하는 것으로 계획했다"면서도 "반응이 좋을 경우 좀 더 자주 위원회를 개최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태무 기자 abcdef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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