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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영화 '로나의 침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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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영화 '로나의 침묵'

입력
2009.06.03 0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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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바니아 출신 불법 이민자인 로나(아르타 도브로시)는 시민권을 얻기 위해 약물중독자인 클로디(제레미 레니에)와 위장 결혼을 한다. 로나의 시민권 취득이 가까워지면서 둘의 이혼도 임박한다.

로나는 이혼 뒤 지불해야 할 추가 수수료가 아까운 상황. 특히 위장 결혼 브로커는 클로디가 이혼 전 약물과다복용으로 죽기를 바란다. 그러나 로나에게 사랑을 느낀 클로디는 마약을 끊기 위해 몸부림친다.

'로나의 침묵'은 역설의 영화다. 냉혹함의 극단에서 인간성이 회복되고, 행복감의 절정에서 불행이 덮친다.

무릇 사랑이 전제되어야 할 남녀의 만남은 돈으로 묶이고, 파탄의 지점에 이르러서야 뒤늦게 사랑이 싹 튼다. 클로디의 죽음 뒤 자기만의 가게 장만이라는 장밋빛 꿈에 다가선 로나는 뒤늦은 죄책감에 사로잡힌다.

상상 임신임에도 뜨거운 모성애를 발휘하는 로나의 처절한 투쟁과 고독도 이 영화가 전하고자 하는 지독한 역설이다. 불법이민과 이주노동자 문제 등 사회적 모순에 부딪힌 현대 유럽에 대한 비판적 메타포라 할 수 있다.

빈민가의 어둠을 면밀히 들여다본 사실주의 영화 '로제타'와 '더 차일드'로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두 차례나 수상한 장 피에르 다르덴, 뤽 다르덴 감독 형제의 최신작이다. 두 형제의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유럽 사회의 낮은 곳을 응시하는 눈빛이 차가우면서도 종국엔 따스하다.

인위적인 음악을 사용하는 대신, 등장 인물들의 신발 끄는 소리, 차 마시는 소리 등 일상의 리듬감으로 점진적인 극적 긴장을 조성한다. 그림엽서 같은 유럽의 풍광을 대신한, 자동차 소음과 매연으로 가득찬 듯한 벨기에의 회색 빛 도시 모습이 오히려 인상적인 영화. 지난해 칸영화제서 각본상을 받았다. 4일 개봉, 15세 관람가.

라제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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