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전 크라이슬러를 피아트에 매각하는 것이 옳은지 여부를 놓고 백악관 참모진 사이에서 격론이 벌어지고 있었다. 이때 한 청년이 "크라이슬러 같은 거대 회사를 그냥 청산절차로 몰고 갈 수는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고 그의 의견에 동조자가 늘어났다. 크라이슬러가 청산 위기를 모면하는 결정적 순간이었다. 당시 논의의 흐름을 정리한 젊은이는 올해 31세인 브라이언 디즈(사진) 대통령 경제정책담당 특별보좌관이다.
뉴욕타임스(NYT)는 1일 브라이언 디즈가 제너럴모터스(GM) 분할을 비롯해 미국 자본주의 규칙을 새로 쓰는 주역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예일대 법과대학원을 갓 졸업한 디즈는 백악관에 입성하기 전까지 자동차 산업과 인연이 전혀 없었다.
하지만 복잡한 문제를 간결하게 정리, 대안을 만드는 그의 능력이 자동차산업 구조조정 작업의 주역이 되게 했다. 디즈 보좌관은 "자동차산업 구조조정 논의가 시작된 지난해 11월4일부터 자율 구조조정방안 마감 시한인 올해 2월까지 이 문제를 전담했던 사람은 나 하나"라며 "사정을 잘 파악하고 있기 때문에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데 두려움을 느끼지 않는다"고 NYT에 밝혔다.
타인에 대한 평가가 인색한 로런스 서머스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도 "백악관 루스벨트룸에서 있었던 크라이슬러 처리방안 결정회의에서 디즈는 미국이 크라이슬러 처리를 위해 피아트에 제공해야 하는 비용이 청산절차를 진행할 경우 소요되는 숨은 비용보다 많지 않다는 점을 설득력있게 제시했다"며 "디즈는 한 사건의 정치적 의미와 경제적 의미를 신속하게 동시에 파악하는 능력이 탁월하다"고 극찬했다.
디즈는 지난해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 당시 힐러리 클린턴 후보 진영을 끝까지 지키다 경선 이후 오바마 캠프에 합류했다. 오바마 선거운동본부가 있던 시카고에 머물던 디즈는 지난해 경제위기가 점점 심각해지는 것을 보면서 워싱턴으로 가기로 결심하고 즉시 차를 몰기 시작했다.
장거리 운전에 지쳐 차를 세우고 잠이 들었다 깨어나 보니 바로 그곳이 오하이오주 로즈타운의 GM공장 주차장. 디즈 보좌관은 "그 공장은 GM의 전성기였던 1960년대 '폰티악 G5'를 생산하던 곳인데 이제 내 손으로 문을 닫게 했다"며 "당시의 상황이 지금의 전조였다는 느낌이 든다"고 회고했다.
정영오 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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