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챔피언 타이틀 방어전에서 승리한 직후 뇌출혈로 쓰러진 '비운의 복서' 최요삼 선수의 사망에 대해 병원 측에 늑장 후송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5부(부장 정진경)는 최 선수의 유족이 "응급처치를 제대로 받지 못해 아들이 숨졌다"며 순천향병원을 상대로 낸 2억3,200만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기각했다고 2일 밝혔다.
최 선수는 2007년 12월 25일 서울 광진구 광진구민체육센터에서 열린 세계복싱기구(WBO) 인터컨티넨탈 플라이급 타이틀 1차 방어전에서 도전자 헤리 아몰(인도네시아)을 맞아 12라운드 동안 접전을 벌인 뒤 판정승을 거뒀다.
그러나 최 선수는 승리 선언 직후 쓰러졌고 대기 중이던 구급차로 서울 용산구 한남동의 순천향병원으로 후송됐다. 그러나 최 선수는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2008년 1월 2일 숨을 거뒀다.
최 선수의 유족은 "당시 순천향병원 소속 구급차 운전자가 불법주차를 막지 못해 구급차 출발이 지연됐고, 가까운 서울아산병원이나 건국대병원을 두고 굳이 먼 곳으로 옮겨 병원 도착이 더 늦어졌다"며 소송을 냈다.
또 "구급차에 기도확보 장치와 산소공급 장치, 뇌압강하제인 만니톨(mannitol)을 준비하지 않아 응급처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구급차 운전자에게 불법주차를 막을 책임은 없고 경기 당일이 공휴일(성탄절)이어서 다른 병원에 갔더라도 신경외과 전문의가 근무하고 있지 않아 시간이 더 지체됐을 수도 있다"며 병원측의 손을 들어줬다.
또 "구급차에 응급장치를 준비하지 않은 증거가 없고, 만니톨 역시 법적으로 갖춰야 할 약품이 아니다"라며 원고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영창 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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