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재정적자를 시급히 줄여야 하고 중국은 사회안전망을 강화, 국민의 소비를 진작하고 내수시장을 확대해야 합니다."
중국을 방문하고 있는 티머시 가이트너 미국 재무장관이 1일 베이징(北京)대에서 '회복과 성장을 위한 중미 협력'을 주제로 강연에 나서 "중미 양국이 글로벌 경제 회복을 견인하는데 공조하자"고 강조했다.
올해 초 "중국은 환율 조작국"이라고 발언해 파문을 일으킨 가이트너 장관이 중미 경제협력 강화를 주창한 것이다. 취임 직전 중국과 전면전을 할 것처럼 기세등등한 모습은 간데 없었다. 대신 '중미간의 평형한 발전''협력''공조'등의 단어가 두드러졌다.
이와 관련, 중국의 국제재경시보(國際財經時報)는 가이트너 장관이 이 달 말 미국 워싱턴에서 열리는 제1차 미중 전략경제대화의 사전 준비를 위해 중국을 찾았다고 볼 수 있지만 속내는 미국 국채 최대 투자자인 중국 달래기에 있다고 1일 보도했다.
신문은 가이트너 장관의 발언을 인용해 "미국이 발행한 국채의 투자가치를 떨어뜨리는 재정적자에 미국만큼 관심이 큰 나라는 없을 것"이라며 중국의 미 국채 투자 손실에 대한 우려감을 해소하고 양국의 이해관계 및 협력체계를 강화하려는 게 그의 방중 목적이라고 분석했다.
사실 미국은 재정악화로 올해 채권국들에게 1977년 이후 최악의 손실을 가져 다 줄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3월말 현재 7,680억달러 상당의 미 국채를 보유한 중국이 가장 큰 피해자가 될 수 밖에 없다. 그렇지만 미국은 금융 및 기업 부실을 처리하기 위해 앞으로도 더 많은 채권을 발행해야 하는데 전세계에서 미국 채권을 사줄 나라는 중국이 유일하다.
따라서 가이트너 장관은 미국의 경제안정을 위해 위안화 절상, 금융시장 개방 등의 압력을 취할 게 아니라 중국에 협력을 요청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가이트너 장관은 3월초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 기자회견에서 "미국에 투자한 중국 자산의 안전성을 보장하라"고 공개 요구한 원자바오(溫家寶) 총리를 2일 접견할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 미국 국채 투자수익률 확보와 달러화의 안정에 대해 어떤 식으로 원 총리를 설득할 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저우스젠(周世儉) 칭화대 중미관계연구센터 연구원은 "가이트너의 방중 목적은 결국 미 국채의 판촉에 있으며 중국이 계속 미 국채를 보유하길 바랄 것"이라며 "미국으로서도 현금부족의 어려움으로 중국에 매달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베이징=장학만 특파원 loca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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