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추모하는 시민분향소가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에 차려지면서 이곳에서 펼쳐지던 수문장 교대의식이 10여일 째 미뤄져 서울시가 속앓이를 하고있다.
서울의 대표적인 관광상품 중 하나인 교대의식 재개를 바라는 관광업계의 요구가 강렬하지만 사회 일각의 추모 분위기를 외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시는 23일 노 전 대통령 서거로 대한문 앞에 분향소가 설치되자 당일 오후부터 수문장 교대의식을 중단했다. 국민장 기간 이후에도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져 2일까지 11일째 교대의식이 진행되지 않고 있다.
그러자 관광업계는 "수문장 교대의식은 서울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보고 싶어하는 관광상품"이라면서 "수문장 교대의식을 관광상품에 포함시킬지 말지를 가늠할 수 없어 상품판매에 막대한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이에 시는 2일 문화재청과 함께 시민분향소 관계자들을 찾아 시민분향소의 서울역 이전 여부를 타진했으나 시민분향소 관계자들은 "이전하지 않고 노 전 대통령 49재까지 분향소를 계속 운영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시는 결국 시민분향소측과 관광업계의 입장을 절충해 이날 오후 2시 평소보다 적은 규모로 구성된 수문장 교대의식 행사요원을 대한문 앞으로 보내 행사 진행을 시도했다. 그러나 이마저도 공간이 확보되지 않아 진행이 어렵자 "지금의 상황에서는 정상적 진행이 어렵다"며 외국인 등 관람객들에게 양해를 구한 뒤 인력을 철수 시켰다.
시는 이날 교대의식을 진행하지 못했지만, 3일부터 덕수궁 앞 대한문에서 매일 오전11시, 오후2시, 오후3시30분 등 세 차례 교대의식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시 관계자는 "지금의 분위기에서 분향소에 대해 이야기를 꺼내는 것조차 조심스럽다"면서도 "시민분향소측과 관광업계 모두가 원하는 방향으로 결론이 나오도록 계속 협의해 나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태무 기자 abcdef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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