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대우를 매각할 계획은 없다. 하지만 (유동성 위기가 심각한 GM대우에 대한) 미국 본사의 자금 지원 계획도 없다."
마이클 그리말디(사진) GM대우자동차 사장이 2일 서울 밀레니엄 힐튼호텔에서 긴급 기자간담회를 갖고 밝힌 내용이다. GM대우가 모기업인 GM의 우량기업군인 '뉴GM'에 편입돼 일단 한숨은 돌리게 됐지만, 미래 생존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한 셈이다.
2일 업계에 따르면 GM대우는 아직까지 유동성 위기를 벗어날 근본적인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본사의 자금 지원이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선 산업은행의 신규 자금 지원만이 GM대우의 생존을 보장해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때문에 아직 GM대우의 장밋빛 미래를 예상하기에는 시기상조라는 것이다.
이 같이 우려 섞인 국내 자동차 업계의 시각과는 달리, GM대우는 미래를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 그리말디 사장은 "모기업인 GM의 파산보호 신청에도 불구, GM대우는 '뉴GM'의 일원으로 정상적인 영업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말디 사장은 미래 비전까지 제시했다. 그는 "GM대우는 '뉴GM'에서 경차 및 소형차 개발기지라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것"이라며 "향후 새 모델을 출시해 제품 라인업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GM대우가 처한 현실은 결코 녹록치 않다. GM대우가 비록 '뉴GM'에 포함됐지만, 당분간 브랜드 이미지 악화에 따른 판매 및 생산 감소는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GM대우의 판매 실적은 이미 지난해부터 곤두박질치고 있다. 이에 따라 주력 생산공장인 인천 부평공장은 재고 물량 소화를 위해 생산라인을 멈춘 상태다. 수출도 기대하기 힘들다. 생산 차량의 90% 이상을 GM의 브랜드 수출에 의존해왔는데, 모기업이 '공룡'에서 '꼬마'로 몰락했기 때문이다.
유동성 위기도 상존한다. GM의 파산으로 GM대우의 외상매출채권액 일부가 동결됐고, 최소 3개월간 2조340억원(3월 기준)의 채권 회수가 힘든 상황이다.
주채권은행이자 2대주주인 산업은행과의 협상도 미지수다. 산은은 GM 측을 향해 GM대우가 개발한 차종에 대한 개발소유권을 넘기거나 친환경 전기차의 생산설비를 옮겨올 것 등을 요구하고 있다. GM대우가 자체 판매망이나 마케팅조직 없이 GM의 하청 개발ㆍ생산기지로 운영된다면 2~3년 후에는 미래를 담보할 수 없을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그리말디 사장이 GM대우의 매각설을 부인했지만 그 가능성은 여전하다. GM이 유동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결정적인 순간에 GM대우를 매물로 내놓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이와 관련, 그리말디 사장도 "산업은행의 일부 지분 매각 요구에 대한 GM의 입장에 대해선 답변할 수 없다"고 말해 여운을 남겼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모기업인 GM이 파산보호로 방향을 잡은 만큼, GM대우 처리를 놓고 산은과 GM의 논의가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며 "GM대우의 미래 경쟁력을 담보하기 위한 대책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유인호기자 yih@hk.co.kr
정민승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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