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흩어져야 (주가가) 산다.'
보통 '뭉치면 산다'는 게 널리 통용되는 수사다. 기업도 마찬가지. 인수합병(M&A)은 경쟁력 및 시장점유율 증가, 비용절감 등의 효과를 가져와 중장기적으로 관련기업의 수익을 늘려 주가 상승으로 연결된다는 게 상식이었다. 실제 우리뿐 아니라 미국 증시의 상승 단골메뉴가 바로 M&A이기도 했다. 물론 기대를 저버린 사례도 있다.
그런데 금융위기 이후 사정이 달라졌다고 한다. 오히려 흩어져야(분사ㆍ분할) 주가가 오른다는 주장이 나왔다. 삼성증권은 2일 보고서에서 "금융위기 전에는 과잉 소비 수요로 인해 M&A를 통한 규모의 경제효과가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지만 글로벌 소비 수요 위축이 나타나고 있는 지금은 분사ㆍ분할(스핀오프)이 주가 상승의 요인"이라고 밝혔다.
스핀오프(Spinoff)의 약효가 M&A보다 뛰어난 배경도 설명했다. ▦기업이 M&A를 통해 규모가 커지면 속성상 변하는 기업환경에 순발력 있게 대처해 나가기 어렵고 ▦기업이 여러 업종에 진출해 있으면 한쪽에서 발생한 이익이 부실한 업종에 투자되는 경우가 많아 자본의 효율적인 사용이 어려우며 ▦무한경쟁에서 살아 남기 위해서는 경영진도 전문가 못지않은 지식과 집중력을 갖춰야 하는데 사업분야가 많으면 현실적으로 이를 구비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즉 자본의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측면에서 스핀오프가 유리하다는 것이다.
이를 뒷받침하는 사례도 있다. 삼성테크윈에서 삼성이미징이, LG화학에서 LG하우시스가 각각 분할하고 난 뒤 둘의 주가는 날아오르고 있다. 특히 삼성이미징은 3달 만에 무려 700%이상 폭등했다. 반면 KT는 KTF와의 합병이라는 큰 호재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좀처럼 탄력을 받지 못하고 있다.
소장호 삼성증권 연구원은 "규모의 경제가 낳은 폐해를 극복하기 위해 소규모 생산체제와 중간기술이 필요하다고 역설한 E. F. 슈마허의 통찰력을 돌아볼 때"라며 "근본적으로 기업분할은 기업규모가 크거나 업력이 긴 기업과 종업원수 축소 및 매출액 신장을 도모하려는 기업이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고찬유 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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