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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꿈나무들의 축제에 관심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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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꿈나무들의 축제에 관심을

입력
2009.06.03 0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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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도 튼튼, 마음도 튼튼, 나라도 튼튼'을 주제로 한 스포츠 꿈나무들의 최대 축제인 제38회 전국소년체육대회가 2일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올해로 38회째인 이번 대회는 지난 달 30일 전국 16개 시도에서 1만7,000여명의 선수와 임원이 참가한 가운데 여수 등 전남 일원에서 개막돼 육상 수영 축구 야구 등 30개 정식종목에서 금메달을 놓고 선의의 경쟁을 펼쳤다.

소년체전은 누가 뭐래도 박태환(수영.단국대) 등 세계적인 스타를 길러낸 명실상부한 스포츠 꿈나무들의 축제다. 그러나 대회의 규모와 장래성에 비해 팬들의 관심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 우리들의 눈높이가 언제부터인가 세계 최고 수준에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1986년 서울아시안게임과 88서울올림픽 개최 이후 국내 스포츠 팬들의 눈높이는 높아졌다. 90년대 박찬호의 메이저리그 진출 이후 메이저리그나 박지성이 활약하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를 통해 세계 최고 수준의 기량을 만끽하고 있다. 세계 최고의 경기력에 매료되는 것을 탓할 수는 없다. 그러다 보니 국내 프로리그나 아마추어 대회, 특히 소년체전이 성에 찰 리가 없다.

하지만 조금만 눈높이를 낮춰 소년체전이나 전국체전에 관심을 나눠 주는 것이 한국 스포츠 백년대계를 위해 바람직하지 않을까 싶다. 기자는 제2회 소년체전에서는 매스게임을, 제60회 전국체전에서는 카드섹션을 하느라 몇 달씩 땡볕에서 고생한 적이 있다. 일회성 매스게임이나 카드섹션이 그럴진 데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일년 내내 갈고 닦은 꿈나무들의 기량을 봐주는 사람이 없다면 그들이 얼마나 외롭겠는가. 팬들과 언론의 관심은 꿈나무들에게는 최고의 자양분이 될 것이다.

그러나 기자가 몸 담고 있는 종합일간지의 스포츠지면은 주로 고등부 이상의 경기를 다룬다. 더욱이 80년대 프로가 출범한 뒤에는 프로야구, 프로축구가 집중 배정됐다가 박세리의 '맨발의 신화' 이후에는 골프에도 많은 지면이 할애된다. 궁색한 변명 같지만 팬들의 관심과 입맛에 맞추다 보니 프로 종목 위주의 지면이 관행화 돼버렸다. 이번 대회에도 본보는 소년체전을 거의 다루지 못했다. 취재 여건을 빌미 삼아 변명하고 싶지는 않다.

이번 소년체전에서도 한국 스포츠의 미래를 짊어질 꿈나무들이 쏟아져 나왔다. 여중부 단거리에서 3관왕을 차지하며 주변을 깜짝 놀라게 한 '괴물' 이선애(15.서남중 3년)가 있고, 수영 남중부에서는 양준혁(아주중 3년)이 3관왕을 차지하는 등 수많은 다관왕이 배출됐다.

국내 스포츠계 관계자들은 해묵은 한국 육상 100m 기록을 보고 한탄을 자아내기도 한다. 1979년 서말구 현 해군사관학교 교수가 작성한 10초34가 30년 가까이 깨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불과 2년 뒤 2011년 대구육상세계선수권대회를 유치한 마당이라 자괴감은 더욱 심할 수 밖에 없다. 안방에 잔치를 벌여 놓고 정작 집 주인은 들러리 신세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

스타 플레이어나 세계적인 선수는 하루 아침에 육성되지 않는다. 최소한 10년 이상 운동에 매진해야 가능하다. 현실은 어릴 때 기초 종목인 육상에서 소질을 나타내다가도 장래를 위해 프로가 활성화된 종목으로 전환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따라서 육상 수영 등 기초 종목은 정책적인 집중 투자와 관심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래야 '제2의 박태환'이 육상에서도, 수영에서도 배출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꿈나무들이 월드스타로 크기 위해서는 관심과 사랑이 최고의 당근이라는 것을 팬들도 잊지 말아야 한다.

여동은 스포츠팀장 deyu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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