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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자동차 업계, 위기 지났다고? 뒤를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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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자동차 업계, 위기 지났다고? 뒤를 보라

입력
2009.06.03 0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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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자동차 업계가 모처럼 기지개를 펴고 있다. 판매량이 늘어나면서 '겨울이 끝난 것 같다'는 기대감까지 확산되는 분위기다.

1일 국내 완성차 5사에 따르면 5월 자동차 내수판매는 12만3,786대로 4월 대비 31.9% 증가했다. 이는 2005년 12월(12만7,376대) 이래 3년5개월 만의 최대 실적이다. 현대차는 전월대비 34.6% 급증했고, 기아차는 31.3% 증가했다. GM대우와 르노삼성의 판매량도 전월보다 각각 15.2%, 44.4%가 증가했다.

하지만 '아직은 샴페인을 터뜨릴 때가 아니다'는게 전문가들의 냉정한 분석. 자동차가 최근 잘 팔리는 것은 사실이지만, 어디까지나 대외적으론 '환율 효과' 대내적으론 '세금 효과'라는 것이다. 환율이 내리고 정부의 세제지원마저 끝난다면, 분위기는 언제라도 반전될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정부는 최근 자동차업계의 노사갈등 분위기를 예의 주시하며, "(이대로라면) 중고차 세제지원조치를 9월에 조기 종결할 수도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멀어지는 선진국, 가까워지는 중국

국내 업체들이 국내시장에서는 선전했지만, 해외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소형차, 가격경쟁력을 계속 이어갈 수 있을지 불투명한 상황. 지난해 금융위기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않은 국내외 경쟁사들이 단기적으로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강도 높은 감원, 자산 매각 등을 진행하고 있고, 중장기적으로는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해 원가절감, 소형차 강화, 친환경차 시장 선점을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1일(현지시간) 파산보호 신청을 한 제너럴모터스(GM)의 경우도 신속한 대규모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다. GM이 경영 정상화 목표 시점으로 하고 있는 내년, 더욱 강해진 모습으로 시장에 나설 '뉴GM'에 대한 대비의 필요성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GM은 위기 속에서도 유럽 등 선진시장에 시보레 크루즈, 사브 9-4X 등 중국과 러시아 인도 등에 소형차 출시 계획을 세워 놓고 있다.

지난해 627만대를 팔아 유일하게 플러스 성장(1.3%)을 기록한 폭스바겐도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피아트는 크라이슬러 제휴에 이어 유럽GM 인수 등을 통해 도요타에 이어 세계 2위의 자동차그룹으로 등극할 태세다.

GM의 해외부문 등을 인수, 기술력과 해외 판매망 확보에 나선 중국의 추격도 위협적이다. 창안(長安)자동차는 합작파트너인 포드의 자회사 볼보를 인수하기 위해 협상을 진행하고 있고, 광저우(廣州)자동차와 베이징(北京)자동차는 각각 빅3의 연구개발 능력과 경영관리 인력 인수에도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현대자동차 관계자는 "세계 자동차 업계 판도 변화 속에 중국 기업들의 약진이 두드러진다"며 "압축성장 전략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중국과 거리를 두기 위해서는 뼈를 깎는 구조조정과 체질 개선으로 근본적인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거북이걸음 국내자동차 업계

그렇지만 국내 자동차 업계의 체질 개선 노력은 미흡한 실정이다. 쌍용차는 지난달 구조조정 계획안이 발표된 후 노조가 공장 점거 파업에 돌입했고, 현대ㆍ기아차그룹 노조도 '구조조정 방지를 위한 연대투쟁 공동 성명서'를 발표하고 구조조정 막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자동차 업계를 보는 국민시선도 곱지 못하다. 민간부문 가운에 유일하게 세제지원조치까지 취해줬지만, 상응하는 개선노력은 전혀 없기 때문. 정부가 ▦6월말 예정된 자동차 개별소비세 30% 인하 조치를 연장 없이 종료하고, ▦완성차 업계의 자구노력이 지지부진할 경우 당초 연말까지 계획된 노후차량 교체시 세제 지원을 9월에 조기 종료한다는 방침을 밝힌 것도 이 같은 분위기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류기천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기업은 성장하면서 필연적으로 위기를 맞게 되는데 진짜 위기는 환율이나 유가와 같은 외부 요인이 아니라 지속적인 혁신의 실패나 학습역량의 상실과 같은 내부 요인에서 비롯된다"며 "국내 자동차 기업들도 진짜 위기는 '내부'에 있음을 인식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노사가 힘을 모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민승 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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