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형 사립고(자율고)는 이명박 정부의 '고교 다양화 300 프로젝트'중에서도 핵심 사업이다. 학교 운영의 자율권 확대와 수월성 교육을 통해 공교육의 성과를 극대화하자는 것이 목표다. 하지만 자율고의 앞날은 순탄치 않아 보인다. 그제 서울 142개 사립고를 대상으로 자율고 전환 신청을 받은 결과, 지난해 12월 조사 당시의 절반 수준인 33개교만 신청서를 제출한 것이다.
사립고들이 자율고 전환을 꺼리게 된 데에는 이유가 있다. 자율고가 입시 사교육을 조장할 것이라는 비판과 우려가 제기되자 정부는 자율고 신입생도 국제중처럼 추첨으로 뽑기로 했다. 그러나 이럴 경우 자율고들은 우수인재 유치→명문대(대학) 진학률 제고→우수인재 유치라는 순환 구조를 만들기 어렵다.
자율고 추진에 근본적 의문이 제기된 것은 당연한 결과다. 더구나 내년부터 서울에서는 고교선택제가 시행된다. 노력 여하에 따라 우수학생을 유치할 수 있게 되는 만큼 사립고로서는 우수학생 선발 메리트가 없는 자율고를 굳이 택할 이유가 없다.
사립고 재단의 허약한 재정 상황도 자율고의 출발을 어렵게 하는 원인이다. 정부는 자율고가 일반고의 3배 수준까지 등록금을 받는 대신, 재단 전입금을 등록금 수입의 5%(도 소재 학교는 3%) 이상 내야 자율고로 지정해 주기로 했다. 그러나 자율고 전환 신청을 한 사립고 33곳 중 재단 전입금 비율이 5% 이상인 곳은 9곳 뿐이다. 이런 학생 선발 방식과 재정 기준으로는 2012년까지 자율고 100곳을 지정ㆍ운영하려는 정부 계획의 달성이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새 교육제도에 대한 긍ㆍ부정적 시각을 떠나 일단 정책을 시행키로 했다면 성공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그것은 정부의 의무이자 책임이다. 이렇게 아귀가 맞지 않고, 현실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정책으로 백년대계를 살핀다니 답답하다. 많은 교육 정책을 한꺼번에 추진하는 부작용이 나타나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정부는 '고교 다양화 300 프로젝트'를 면밀히 재점검해 공약(公約)이 공약(空約)이 되지 않도록 하기 바란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