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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찬란한 유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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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찬란한 유산

입력
2009.06.03 0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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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밤을 즐겁게, 때로는 안타깝게 만드는 드라마가 있다. SBS 드라마 <찬란한 유산> 은 고만고만한 주말드라마 가운데 발군의 시청률을 자랑하고 있다. KBS <개그콘서트> 의 인기 코너인 '봉숭아 학당'을 끝까지 못 보고 채널을 돌려야 할 만큼 궁금한 드라마다. 특별히 이야기가 새로운 것도 아니다. 어디서 많이 본 듯한, 만화에 자주 나온 듯한 이야기다. 찰스 디킨스의 <위대한 유산> 이나 수년 전의 KBS드라마 <위대한 유산> 과 제목이 비슷해 헷갈리기도 한다. 방영 초기에 "또 신데렐라 이야기냐"라는 싸늘한 평가도 무성했지만 정상의 시청률을 지키고 있다.

■전통적으로 주말 저녁을 주름잡았던 역사드라마가 힘이 빠지는 바람에 반사효과를 누리는 것일 수 있다. 그러나 다른 드라마도 많은데 유독 잘 나가는 드라마라면 분명한 이유가 있게 마련이다. 젊은 세대라면 다양한 사랑의 색깔에 눈길을 둘 만하다. 부잣집 외아들인 환을 운명이듯 사랑하는 승미, 승미와 이복ㆍ이부 동갑내기인 여주인공 은성의 꿋꿋하고 맑은 사랑, 은성에게 아낌없는 사랑을 바치는 준세, 준세에게 기운 환의 여동생 정의 철부지 사랑 등이 뒤엉킨다. 잘 생기고 돈 많은 환과 준세는 젊은 여성의 환상을 자극하고도 남는다.

■가족 사랑도 일깨운다. 위의 청춘남녀를 포함한 주요 등장인물은 모두 가족 상실의 고통을 거쳤다. 그 아픔이 청춘의 사랑과 얽히고설켜서 눈물과 공감을 자아낸다. 그러나 중년 사내의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따로 있다. 설렁탕 하나로 굴지의 기업을 일군 '진미식품'의 할머니 사장 장숙자씨는 손자 환 대신에 우연한 만남으로 인간성 바닥까지 깊이 들여다본 은성에게 전 재산을 유증하는 내용이다. 단순히 은성이 좋아서가 아니라 남을 배려할 줄 아는 타고난 성품과 악착 같은 근성이 자신의 경영마인드를 이어 기업을 키우기에 적합하다고 판단한 때문이다.

■<찬란한 유산> 은 여기서 다른 신데렐라 드라마와 결별한다. 단순히 착하다는 이유로 복을 받는 게 아니다. 고객만족의 경영마인드로 무장해 실제로 성과를 냄으로써 능동적으로 복을 확보해 가는 과정이다. 가족적 애정과 소통이 넘치는 기업문화도 부각된다. 기업을 후손에 물려줄 재산권의 객체가 아닌, 독자적 생명력과 가치를 가진 존재로 여기는 장 사장의 사고방식은 상상만으로도 즐겁다. 대대로 경영권을 이어가려는 편법 증여 등 재벌의 온갖 발버둥과 간지(奸智)에 익숙한 한국적 인식에 내리치는 벼락이었으면 싶다.

황영식 논설위원 yshw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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