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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성토크쇼 '김준호쇼' 인기/ "스타들 정반대 이미지로 망가뜨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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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성토크쇼 '김준호쇼' 인기/ "스타들 정반대 이미지로 망가뜨리죠"

입력
2009.06.03 0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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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클이 그렇게 좋으세요?"(김준호)

"남남이 아니거든요."(이순재)

인기 연예인을 '꺾어' 웃음을 주는 우리나라 최초의 본격 합성토크쇼인 '김준호쇼'가 인기다. 매주 금요일 밤 11시 5분에 KBS 2TV에서 방영하는 '코미디쇼 희희낙락'의 한 코너인 '김준호쇼'는 다른 토크쇼에 출연한 스타의 영상과 김준호가 연기하는 모습을 합성해 만든다.

청순한 소녀 그룹인 '소녀시대'를 파렴치한 전문사채조직으로, 근엄한 모습의 탤런트 이순재를 핑클 팬클럽 회장으로 둔갑시키는 기발함으로 웃음을 자아낸다. 시청자를 포복절도하게 하는 이 토크쇼, 대체 어떻게 만들어지는 걸까.

사실 1980년대에 '기문진답'이라는, 정치인이 등장하는 합성쇼가 있었다. 뉴스 화면에서 정치인이 "국민을 위해 열심히 일하겠습니다"라고 말하면 개그맨이 나와 "오늘 나이트 갔다 오셨다면서요?"라고 묻는 식이다.

하지만 80년대인지라 개그맨이 나온 자리에 뉴스를 틀어놓는 수준이어서 '김준호쇼'를 우리나라 최초의 합성토크쇼라고 해도 무방하다는 것이 제작진의 설명이다.

'김준호쇼'는 김준호, 백성운 작가, 박성재 PD가 협업하는 '삼위일체' 시스템이다. 가장 먼저 백 작가가 '박중훈쇼'와 김동건의 '한국 한국인'을 보면서 적당한 스타를 골라 토크쇼에 나온 말을 모두 받아 적는다. 그것을 보면서 뭔가 이야기가 될 것 같다는 느낌이 들면 김준호와 박 PD가 상의해 대본을 만든다.

지난주 방송한 이순재 편을 보면 "오로지 여기서 몰입하고 너를 기다리고 있었다""우리 김혜자씨, 또 정혜선씨, 태현실씨, 박주아씨""그 다음부터는 이제 물불 가리지 않고 빠져들기 시작했지""그 분들한테 매료돼 가지고 그냥 쭉 유지를 했습니다" 같은 표현이 나온다.

뭔가 감이 오지 않는가? 이순재가 다른 토크쇼에서 했던 말들을 갖다 붙이고 김준호의 말을 보탰더니 엉뚱하게도 핑클 팬클럽 회장 이순재 이야기가 만들어진 것이다.

이야기를 만들 때 포인트 하나는 연예인을 평소의 이미지와 정반대 인물로 둔갑시키는 것이다. 착한 이미지의 사람은 악한으로, 가정적일 것 같은 사람은 바람둥이로 바꾸는 것이다.

강명석 대중문화평론가는 "접근하기 어려운 신비주의 연예인들을 아슬아슬하게 놀리는 것이 이 프로그램의 백미"라고 말했다. 최고의 파이터 김태희, 이 쇼가 아니었다면 상상이나 할 수 있었을까?

인물을 고르고 대본을 만든 후에는 김준호가 스튜디오에서 혼자 본인이 말하는 분량을 촬영한다. "아, 그렇군요" "정말 대단하십니다" 등의 혼잣말을 하기 때문에 언뜻 보면 '정신병자' 같아 보인다는 것이 김준호 본인의 말이다. 녹화를 마치고 나면 백 작가와 박 PD가 함께 편집을 한다.

그런데 그 많은 토크쇼를 놔두고 왜'박중훈쇼'와 김동건이 진행하는 '한국 한국인'만 썼던 걸까? 백 작가는 "예컨대 '유희열의 스케치북'은 게스트가 말할 때 진행자가 끼어드는 경우가 많아 게스트의 말만 뽑아서 합성하기가 어렵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두 쇼의 게스트가 A급이라는 것도 이유 중 하나다. 합성토크쇼도 토크쇼인 만큼 '게스트의 힘'이 먹혀줘야 한다는 것이 김준호의 귀띔.

하지만 자신이 우스꽝스럽게 그려지는 것을 원치 않는 연예인도 있어 실제 토크쇼처럼 '섭외'에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보는 사람들은 예쁜 이미지만 가지고 있던 연예인이 조폭이나 강력계 반장 등의 모습으로 망가지는 모습이 즐겁기도 하지만 당사자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 그래서 찍어놓고 내보내지 못하는 녹화분도 여러 편 된다고 한다.

"개그콘서트의 왕비호도 처음에는 연예인들이 싫어했는데 지금은 자기 얘기 좀 해달라고 찾아오잖아요. 우리 코너도 좀 더 인기를 얻으면 그러지 않을까 싶어요. 토크쇼 자료 좀 드릴 테니 나 좀 씹어달라고 하지 않을까요."(김준호)

"'김준호쇼'는 우주 최초의 합성토크쇼"라고 너스레를 떠는 김준호는 앞으로 자신의 토크쇼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출연시키는 게 희망사항이다. 빈 라덴과 오바마가 설전을 벌이는 토크쇼를 구상하고 있으니 기대해도 좋다는 그의 말을 들으니 문득 궁금해졌다.

과연 오바마는 우리나라 토크쇼에 어떤 모습으로 등장할지 말이다. 수능 영어 족집게 강사 오바마? 농구공 가게 주인 오바마? 무한한 소재와 형식이 허락되는 합성토크쇼인 만큼 무엇을 상상해봐도 그 이상을 보게 되지 않을까.

차예지 기자 nextwav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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