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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계 첫 美연방 하원의원 김창준의 숨겨진 정치 이야기] <62.끝> 마지막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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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계 첫 美연방 하원의원 김창준의 숨겨진 정치 이야기] <62.끝> 마지막 이야기

입력
2009.06.03 0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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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회를 마지막으로 '김창준의 숨겨진 정치 이야기'를 마칩니다. 미 연방 하원의원을 지낸 경험을 되살려 오직 나만이 쓸 수 있는 경험담과 관찰, 비판, 또 한국과의 비교를 진솔하게 담으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동안 귀중한 지면을 제공해 주신 한국일보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저는 미국 정치의 생생한 비화가 담긴 얘기를 엮어 한 권의 책으로 만들어 후세에 남기려 합니다. 책은 한국일보가 직접 발간하고 한국과 미국을 순회하며 홍보행사도 갖기로 했습니다. 여기서 나오는 이익금은 '김창준 기금'을 만들어 의미 있는 사회사업에 쓸 생각입니다.

이 숨은 정치 이야기는 내 생애의 회고록이 아니라 내가 느끼고 경험한 미국의 정치와 사회를 묘사한 이야기로, 오직 나만이 경험했고 나만이 쓸 수 있는 주제를 집중해서 쓴 것입니다.

그래서 첫 번째 이야기로 당시 문제가 되었던 한미 자유무역협정 (FTA)과 동일한 북미자유무역협정 (NAFTA) 통과에 대한 경험담을 실었습니다. 이로 인해 클린턴 대통령과 단독회담을 했고, NAFTA가 의회에서 통과된 과정을 적은 것입니다.

다음은 미 연방 의원에 출마해 선거운동 막바지에 터진 LA 흑인폭동, 소위 4.29폭동에 대해 내가 본 경험을 자세히 적었고, 인신공격이 난무한 미국 선거전에서 성공한 비결을 미래의 정치 지망자들을 위해 기록했습니다.

시장에 당선되면서 미국생활 31년 만에 당시 노태우 대통령의 초청으로 처음 조국을 방문했을 때의 감격과 의회 당선자 자격으로 대만과 홍콩을 방문했던 경험, 대만 정부가 핵 쓰레기를 북한에 팔기로 결정한 과정과 이를 막는 미 의회의 법안 통과에 대한 내 역할을 설명했습니다.

제10회에는 대한민국 국회의원들과 미국의 연방 의회 의원들의 근본적인 생활패턴의 차이, 예를 들면 미 의원들은 대부분이 지하철을 타고 출퇴근하며 의정 단상을 점거할 경우 의원직을 잃는다는 얘기도 펼쳤습니다.

또 세 차례에 걸쳐 내가 좋아하는 역대 미국 대통령에 대해 자세히 밝혔습니다. 한국의 지역감정과 미국의 남북 간 지역감정, 인종차별을 실었고 서울에서 벌어지는 시위를 보고는 미국의 집회의 자유에 대해 내가 시장이었을 때의 경험을 얘기했습니다.

최근 캘리포니아 주에서 논란을 빚고 있는 동성결혼과 미국과 한국의 언론 비교, 미국의 가장 큰 골치거리인 불법이민과 종교의 자유에 대해서도 경험담을 적었습니다.

제도가 과연 국민성을 바꿀 수 있는지 두 차례에 걸쳐 살펴봤고, 미국 내 일각의 유엔 폐지 운동과 유엔 개혁에 대한 내 의견도 밝혔습니다. 마지막으로 미국의 시, 주 그리고 연방 제도에 대한 설명으로 끝을 맺었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허망한 죽음을 보면서 내 고달팠던 지난 날을 되돌아보게 됩니다.

1992년 연방 하원의원에 당선된 뒤 곳곳에서 나를 영웅 대접하며 온갖 언론과 심지어 미국 고등학교 역사 교과서에까지 기록될 정도로 내 인기는 절정에 있었습니다. 또한 의회에서 발언도 많이 했고 가장 열정적인 초선의원으로 미 언론, 의회 신문에 연거푸 기록된 열 번째 안에 드는 '뜨는 별' 이었습니다.

이렇게 빨리 영웅이 되는 것이 화를 불러온다는 것을 깨닫지 못한 채 나는 의회의 공식일정이 끝난 다음, 의사당 발언대에 올라가 C-Span 을 통해 전국으로 방영되는 특별 프로그램에 부지런히 참석해 새로 출범한 민주당 클린턴 행정부를 계속 공격했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선거자금 모금 활동에 대한 표적수사가 시작됐고 이후 6년의 의정생활 동안 계속된 끈질긴 수사에 단 하루도 편할 날이 없었습니다. 노 전 대통령도 대통령 재직 5년 간 너무 힘들었다고 말씀했습니다.

이민 1세로 미 연방 의회에 진출한 후 선거법 위반 이란 명목으로 시작된 '표적수사'는 나와 내 가족, 친지들, 후원자 등 주위의 많은 사람들을 힘들게 했습니다.

한국의 몇몇 기업들이 미국의 까다로운 선거법을 모르고 간접적으로 나를 지원해준 대가로 어마어마한 벌금을 냈다는 신문기사를 보면서 그들에 대한 미안함과 모욕감에 억장이 무너지는 듯한 아픔도 겪었습니다.

매일 신문마다 내 사진과 함께 나에 대한 기사가 머리 면을 장식했고, 그 때마다 코리아 게이트 운운하면서 나를 코너로 몰고 갔습니다.

한국 신문에 난 기사는 이틀 뒤면 미국 신문에 번역돼 실리고, 그 이틀 뒤에는 미국 기사가 한글로 번역돼 나왔고, 다시 한국 신문에 실리는 과정에서 왜곡된 경우가 흔했었지만 그 내용에 일일이 대응할 기력도 없었습니다.

게다가 나를 위해 열심히 봉사했던 측근이 선거법 위반으로 법정에 섰을 때는 너무도 괴롭고 억울해서 차라리 내가 대신 자살해버릴까 하는 생각도 했었습니다.

그 때마?나를 위해 열심히 후원해주고 격려해줬던 많은 동포들과 지역 주민들, 또 나를 역할모델로 지켜보던 우리 젊은 2세들을 생각하면서 이를 악물고 의정생활을 더 열심히 했습니다.

나의 캠페인 매니저는 항상 내가 백인이었다면 이런 일이 절대 없었을 것이라고 귀가 아프게 얘기해줬습니다. 한국 이민 1세가 최초로, 그것도 백인 밀집지역에서 연방 하원의원이 된 것이 이처럼 큰 문제가 될지는 진정 몰랐었습니다.

그래도 그대로 주저 앉아 우리 교포들, 또 정치를 꿈꾸는 2세들에게 영영 오점을 남기지 않으려 기를 쓰고 열심히 의정생활을 하는 동안 3선까지 압도적으로 당선됐고, 의회 출석 100% 개근상도 수상하는 등 지역구 발전을 위해 나름대로 많은 일을 했습니다.

결국 공인은 나 혼자만이 아니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6년 의정생활을 하면서 힘들 때마다 그냥 죽어 없어질까 하는 생각도 여러 번 했었지만 지금 생각하니 그 때 잘 이겨낸 것이 너무도 감사합니다. 여러 번 위기가 있을 때마다, 마음이 약해질 때마다 나를 믿어주고 성원해 준 사랑하는 가족과 친지들께 감사드립니다.

62회에 걸친 '숨은 정치 이야기' 에는 주로 미국정치의 밝은 면을 다뤘지만 알고 보면 미국의 정치도 깨끗하지만은 않습니다. 미 의사당 안에도 위선자들이 득실거립니다. 다시 한번 여러분의 성원에 감사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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