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아시아나그룹이 두 달 안에 대우건설 풋옵션 문제를 해결할 '구원투수'를 찾지 못하면 대우건설을 재매각키로 했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호그룹은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재무구조 개선약정(MOU)을 이날 밤 늦게 산업은행과 체결했다. MOU 체결 대상인 9개 대기업 그룹 중 마지막으로 MOU를 맺은 것이다.
"제3의 투자자를 찾아 독자적으로 유동성 위기를 타개하겠다"는 금호 측과 "대우건설 지분을 넘기라"고 요구한 산은 측은 이날 팽팽한 줄다리기를 하다 결국 '금호 측의 자구안을 일단 받아들이되 실패하면 산은의 제안을 수용키로'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사모투자펀드(PEF)를 조성해 풋옵션을 포함한 대우건설 지분을 '시가+경영권 프리미엄(20~30%)'에 매입해 주겠다고 최근 금호그룹에 제안했다. 현재 대우건설 주가가 1만원 안팎에서 움직이는 점을 감안하면, 주당 약 1만3,000원 정도에 사주는 셈이다. 금호그룹이 유동성 위기에 빠지게 된 근본 원인인 대우건설의 풋옵션 문제를 대신 해결해 주겠다는 것이다.
금호그룹은 2006년 대우건설을 인수하면서 재무적 투자자들로부터 3조5,000억원을 지원 받는 조건으로, 올해 말까지 대우건설 주가가 행사 가격인 3만1,500원을 밑돌 경우 이들에게 차액을 보전해주기로 했었다. 그런데 현재 대우건설 주가가 1만원 전후에 그쳐 만약 연말에 재무적 투자자들이 전부 풋옵션을 행사한다면 4조원에 이르는 자금 부담이 생긴다.
산은 관계자는 "'시가+경영권 프리미엄'에 지분을 인수하되, 재매각 시 초과이익이 발생하면 이익을 배분하고 금호에 추후 되살 수 있는 우선매수청구권도 부여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산은이 PEF를 통해 동부하이텍의 자회사 동부메탈을 인수해 주기로 한 것과 비슷한 구조다. 또 다른 관계자는 "산은이 대우건설 풋옵션을 떠안게 되면 재무적 투자자들과 다시 만기 연장 등의 협상에 나설 것"이라며 "금호그룹보다 협상력이 좋은 산은이 나서면 풋옵션 행사 규모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산은의 제안에 대해 금호그룹은 이 날 오후까지 "대우건설의 경영권을 넘기는 일은 절대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산은의 제안을 수락할 경우 주당 2만6,000원대에 매입한 대우건설 주식을 1만3,000원대에 팔아야 하고, 이 경우 50%의 엄청난 투자 손실이 불가피한 탓이다.
대신 새로운 재무적 투자자를 찾아 풋옵션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방안을 내놓았다. 금호아시아나 관계자는 "현재 제 3의 투자자 유치가 상당히 진전됐다"며 "풋옵션 만기 전에 재무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조만간 계약을 이끌어 낼 것"이라고 말했다.
하루종일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하던 양측은 결국 7월 말까지 금호그룹이 제3의 투자자를 유치해 본 후, 실패하면 차선책으로 산은의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결론을 지었다.
금호그룹은 이와 함께 그간 지지부진 했던 금호생명 지분 매각에도 속도를 낼 예정이다. 현재 SC제일은행을 비롯한 복수의 투자자와 협상을 벌이고 있는데, 시장에서는 5,000억원 가량의 자금 확보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서울고속버스터미널 지분(38.74%) 매각으로도 4,000억원 가량의 유동성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일각에서 나도는 대한통운 지분 매각설에 대해선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완강히 부인했다.
전태훤기자 besame@hk.co.kr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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