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2,000억달러 붕괴를 염려하던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이 지난달 사상 최대 폭 증가하며 2,200억달러를 훌쩍 넘어섰다. 당국이 그간 달러 기근 해갈을 위해 시중에 풀었던 보유액을 회수한데다 최근의 미 달러화 약세 덕분이다.
2일 한은에 따르면 5월 말 현재 외환보유액은 2,267억7,000만달러로, 한달 전보다 142억9,000만달러가 늘었다. 이 같은 증가 폭은 외환보유액을 지금 같은 기준으로 집계하기 시작한 1998년 이후 최대다.
외환보유액은 금융위기를 맞아 당국의 환율 방어용 시장개입과 달러유동성 공급 등 수요가 급증하면서 지난해 11월 2,005억달러까지 줄어들었고 이후 수개월간 2,010억달러 대에서 횡보했으나 올해 3~5월 사이 250억달러 넘는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한은은 지난달 보유액의 급증 배경으로 ▦운용수익 증가 ▦시중에 공급했던 외화유동성자금 만기도래분 회수 ▦유로화와 영국 파운드화의 강세에 따른 이들 통화 표시자산의 미 달러 환산액 증가 등을 들었다. 한은 관계자는 "한은 자체자금으로 경쟁입찰방식 외환스와프 거래를 통해 공급한 자금 가운데 5월에 만기가 돌아온 47억달러를 회수했다"며 "5월에만 유로화와 파운드화가 달러화 대비 각각 7%와 9% 이상 절상돼 이들 자산의 달러표시 액수도 크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당분간 외환보유액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국제기획팀 하근철 차장은 "무역수지 흑자와 외국인 주식투자자금 유입, 은행의 외화조달 확대 등으로 국내 외화 유동성 사정이 개선됐다"며 "예상치 못한 대외 충격이 발생하지 않는 한 조만간 지난해 리먼브러더스 사태 이전 수준인 2,300억~2,400억달러 수준을 회복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용식 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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