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제 위기의 한복판에서 그나마 다행인 건 하향 곡선을 긋는 물가였다. 물가 관리에 나선 정부가 꾹꾹 억누른 데다, 무섭게 치솟던 국제유가가 수요 감소 예상 속에 크게 떨어진 덕이었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짓누르고 있을 수만은 없는 법. 경제가 조금씩 회복 기미를 보이고 물가 부담이 다소 줄어들면서 공공ㆍ교통요금이 줄줄이 오를 태세다. 여기에 국제유가의 재상승, 농축수산물 가격 급등세 등이 맞물리면서 다시 물가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경제 회복이 본격화하기 전에 물가 고삐가 풀린다면, 우리 경제가 또 한번 깊은 수렁에 빠질 수도 있다.
31일 기획재정부 등 정부 부처에 따르면 서울과 인천 지역의 택시 기본요금(2㎞ 기준)이 6월1일부터 1,900원에서 2,400원으로 500원 인상된다. 인천 지역은 100원당 주행 거리도 현행 159m에서 148m로 단축된다. 서울 택시의 요금 인상률은 12.64%, 인천 택시는 18.29%에 달한다. 경기도 택시 역시 6월1일부터 기본요금이 2,400원으로 오른다.
항공요금도 6월부터 최대 15% 인상된다. 대한항공은 미국 전 노선 요금을 일괄적으로 10% 인상하며, 유럽 공시요금은 일반석과 일부 노선을 제외하고 5% 상향 조정한다. 대양주(오세아니아) 노선은 5~10% 올린다. 아시아나항공 역시 미국 일부 노선 요금을 10~15%, 유럽 일부 노선은 5~10% 인상한다. "사상 초유의 고유가와 환율 상승 등으로 그동안 요금 인상이 불가피했지만 억눌러왔던 것"이라는 게 항공업계측 설명이다.
전기와 가스요금도 곧 인상될 가능성이 높다. 기획재정부, 지식경제부 등 관계 부처는 현재 전기ㆍ가스요금이 원가에 미치지 못한다는데 공감하고 인상폭을 조율 중이다.
서울시는 이미 도시가스요금을 6월1일부터 주택용, 일반용, 수송용 등 용도와 관계없이 1㎥당 2.51원 인상하기로 한 상태. 전기요금 인상안도 상반기 중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김쌍수 한국전력 사장은 최근 국회에서 "정부에 상반기와 하반기에 각각 4.5%, 9%의 전기요금 인상을 요구했다"며 "심야전력 요금도 상반기에 7.5% 인상하겠다는 계획"이라고 말한 바 있다.
국제유가의 재상승도 부담스럽다. 작년 말 배럴당 30달러대까지 떨어졌던 두바이유 현물 가격은 최근 다시 60달러선을 돌파했다. 이에 따라 작년 말 ℓ당 1,300원을 밑돌던 전국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이 서울 지역에선 이미 1,600원을 넘어섰다. 농축수산물 가격 급등세도 예사롭지 않다.
농수산물유통공사에 따르면 닭고기 1㎏ 5월 평균 가격(소매 기준)이 5,547원으로 1년 전보다 53% 급등했고, 고등어(중품) 1마리 가격도 작년 5월 2,832원에서 올해는 4,143원으로 치솟았다. 이밖에도 봄배추 가격이 1년 새 3배 가까이 폭등했고, 양배추 무 감자 등도 높은 가격을 지속하고 있다.
이영태 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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