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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 '계속 튀는 돌' 이세돌의 운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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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 '계속 튀는 돌' 이세돌의 운명은…

입력
2009.06.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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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총회 어정쩡한 징계 결의… 강경한 이사회 결정 주목

과연 '튀는 돌'에게 징계가 내려질까. 잦은 '튀는 행동'으로 바둑계 일각에서 뜨거운 눈총을 받아온 '쎈돌'이 '쎈 바람'을 피할 수 없을 것같다.

한국기원 프로기사회(회장 조대현)는 26일 열린 임시 총회서 "이세돌의 계속된 튀는 행동을 그냥 두고 볼 수 없다"며 "응분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합의했다.

딱히 '징계'라는 표현은 쓰지 않았지만 사실상 징계가 필요하다는 쪽으로 무게가 실린 셈이다. 프로기사회는 이 같은 의견을 다음달 열리는 한국기원 이사회에 전달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이제 공은 이사회로 넘어갔다. 특히 한국기원 이사 가운데 상당수가 이세돌 문제에 대해 매우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과연 이사회에서 이세돌에게 어떤 '조치'를 취할지 주목된다.

한편 이세돌은 기사 총회 결과에 대해 즉각적인 반응은 보이지 않았으나 평소 "부당한 징계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해 왔기 때문에 자칫하면 한국랭킹 1위이자 세계적 스타 기사와 한국기원 간에 예기치 않은 불협화음이 빚어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세돌은 그 동안 공식 기전 시상식을 비롯한 중요 행사에 종종 불참하는 등 잦은 튀는 행동과 중국리그 출전 수입 중 기사회에 내야 할 기부금을 내지 않은 것을 비롯, 프로 기사들의 기보 저작권을 한국기원에 일괄 위임키로 한 데 대해서도 혼자만 반대하는 등 기원 행정에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여 와 한국기원이나 기사회 집행부로부터 눈총을 받아왔다.

하지만 이세돌의 튀는 행동이 집행부쪽에서 볼 때 괘씸하기는 하지만 딱히 규정을 위반했다고 볼 수 없는 부분이 많았기 때문에 구체적인 제재조치는 취해지지 않았다. 그러던 중 올해 한국바둑리그 준비 과정에서 이세돌의 갑작스런 불참 선언으로 인해 자칫하면 기전 자체가 무산될 위기에 처하는 등 큰 혼란을 겪게 되자 얘기는 달라졌다.

한국기원 이사회에서 "이세돌의 돌출 행동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 반드시 징계를 해야 한다"는 강경론이 대두, 전체 기사들의 의견을 수렴해 보자는 취지에서 기사총회에 정식 안건으로 부친 것이다.

이번 총회서 이세돌에 대한 '징계 결의안'은 찬성 86표, 반대 37표, 기권 2표로 외견상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한국기원 이사회를 비롯한 집행부로서는 징계에 대한 명분을 확보한 셈이다.

그러나 기사회 표결 과정을 들여보면 기사들의 여론이 꼭 그런 것 같지는 않다. 우선 토의 과정에서 상당한 논란이 있었다. 총회에 참석한 프로 기사들은 이세돌의 잦은 튀는 행동이 상당한 문제가 있다는 데는 대부분 공감했지만 각론으로 들어가 이세돌이 구체적으로 어떤 규정을 위반했는지, 과연 징계가 필요한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크게 엇갈렸다.

특히 한국기원 상임 이사인 조훈현 9단이 "최근 경제 상황이 좋지 않아 기업들이 대회 스폰서를 기피하는 상태인데 한국 바둑의 1인자가 국내 최대 기전인 한국바둑리그에 불참하는 건 바둑계 전체에 악영향을 미칠 게 뻔하다"며 강경한 입장을 주도한데 반해 일부 원로 기사들은 "기원 측도 잘못이 있다"며 이세돌을 옹호하는 발언을 했다.

여러 기사들이 발언을 신청, 한참 동안 토론을 벌였느나 원만한 합의를 도출하지 못하고 결국 징계 여부를 표결로 처리키로 했는데 투표 안건 내용이 묘하게 결정됐다.

기존 규정 가운데 어느 조항을 위반했는지 구체적으로 잘못한 사안을 적시하고 이에 대한 징계 여부를 묻는 게 아니라 한국바둑리그 불참을 포함, 그 동안 이세돌의 보여 온 돌출 행동들을 모두 뭉뚱그려서 거론한 것이다.

"이번에도 또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그냥 넘어 갈 것인가"는 불만파, "'그래서는 안 된다. 뭔가 조치가 필요하다'는 신중파 사이의 대립이었다. 이 밖에 "표결 결과가 나온 후 '조치'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다시 투표를 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으나 집행부가 '시간 관계상' 받아들이지 않고 서둘러 폐회했다.

이에 따라 표결 결과를 놓고 입장에 따라 서로 해석이 엇갈렸다. 한쪽에서는 "징계 쪽으로 확실히 의견이 모아졌다"고 못박는 데 반해 다른 쪽에서는 "투표에서 구체적으로 '징계 여부'를 물었다면 결과가 달랐을 것"이라며 " 많은 사람들이 '징계'와 '조치'를 다른 의미로 받아 들였다"고 주장했다.

한 참석자의 관전평이 비중 있게 다가온다. 그는 "당시 총회에서 굳이 '징계'라는 명확한 표현을 쓰지 않고 '뭔가 조치가 필요하다'고 다소 어쩡쩡한 결론을 내린 것은 참석자들이 동료 기사를 괘씸죄로 징계한다는 데 상당한 부담감을 느꼈다는 암묵적 합의를 암시한다"며 "공식 행사 불참자나 대국 복장 불량자 등에 대해 벌금을 물리는 것을 골자로 한 이른바 '이세돌법'이 대위원회를 통과해 총회에 정식 안건으로 상정됐지만 결국 부결된 것도 모든 것을 무조건 규정으로 묶어서는 안 된다는 프로 기사들의 공통 인식이 표출된 것이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영철 객원 기자 indra036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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