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CB) 헐값 발행 사건에 대한 상고심 결과가 단 한 표 차이로 판가름 나면서 이 과정에서 등장한 갖가지 변수들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실제 세부 내용을 들여다보면 경우에 따라 판결 결과가 달라질 수도 있었던 요인들이 적지 않았다.
먼저 김지형 대법관의 다수 의견 가세라는 '반전'에 가까운 사건이 주목 받고 있다. 김 대법관은 김영란, 박시환, 이홍훈, 전수안 대법관과 함께 대법원의 '범진보파' 5인방을 구성했던 인물이다. 이 때문에 이들은'독수리 5형제'라는 별칭으로 불리기도 했다. 그러나 이날 선고에서 김 대법관은 다른 '4형제'와 달리 "에버랜드 사건은 무죄"라는 다수 의견에 동조했다.
소수파 입장에서는 땅을 칠만한 상황이었다. 이에 앞서 예상 밖의 인물이 소수파의 유죄 의견에 동조하는 변수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김 대법관이 빠진 소수의견 한 자리를 메운 김능환 대법관은 평소 보수파로 분류됐던 인물이다.
이 때문에 선고 전 무죄 의견을 낼 것으로 점쳐졌지만 그는 예상을 보기 좋게 깼다. 만일 김지형 대법관이 평소 성향대로 판결했다면 선고 결과가 유죄로 뒤바뀔 수도 있었던 상황이다.
다수 의견, 소수 의견과 모두 다른 개인 의견을 냈던 양승태 대법관의 행동 역시 변수가 될 수 있었다. 만일 그가 개인 의견을 피력하는 것과 별도로 판결에 있어서 소수 의견에 동조했다면 역시 결과는 뒤집어졌다.
삼성 사건 수사 과정에 일부 관여했다는 이유로 안대희 대법관이 판결 과정에서 제외됐다는 사실도 결과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안 대법관은 보수 성향이지만 오랫동안 대기업 비리를 척결해왔던 '특수통' 검사였다는 점에서 이번 사건에서는 평소와 다른 판단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적지 않다.
재판개입 논란으로 사퇴 압력을 받고 있는 신영철 대법관이 사표를 내지 않았다는 점 역시 이번 선고 결과를 좌우한 변수가 됐다. 신 대법관은 다수 의견쪽에 한 표를 행사했다.
만일 신 대법관이 이미 사퇴했고 후임자가 결정되지 않은 상황이었다면 대법원의 의견은 정확하게 5 대 5로 갈리게 된다. 대법관 의견이 정확하게 반반으로 갈려 결론이 나지 않을 경우 대법원은 균형 상태가 깨질 때까지 계속해서 전원합의체를 반복 소집하게 된다.
박진석 기자 jse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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