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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유럽 금융개혁 고삐 놓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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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유럽 금융개혁 고삐 놓치나

입력
2009.06.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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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위기의 재발을 막기 위해 미국과 유럽에서 추진중인 금융규제 강화 움직임이 추진력을 잃고 있다고 영국의 이코노미스트가 28일 보도했다. 최근 선진국의 일부 경제지표가 호전되고 증시가 안정되는 모습을 보이자 한숨 돌린 금융회사와 정치권, 이익집단 등이 규제개혁 방향을 놓고 세력다툼과 이념논쟁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제 마누엘 바로소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더 이상 지체할 여유가 없다"며 금융규제 강화방안을 27일 발표했다. 이 방안은 금융위기 조기경보를 담당할 유럽위험관리위원회와, EU 회원국 금융감독기관의 상위 기구인 유럽금융감독시스템의 신설을 골자로 하고 있다. 두 기구는 금융감독의 허점으로 지적되는 다국적 금융회사의 국경간 거래를 감시할 예정이다.

미국에서는 재무부가 경제위기 재발 방지라는 사회적 합의에 맞추기 위해 다음달 중순까지 금융규제 개혁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관련 법안이 늦어도 올해 말부터 효력을 발휘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그러나 이 같은 계획이 제대로 실현될지는 미지수라고 지적했다. 유럽위험관리위원회와 유럽금융감독시스템의 경우, 개혁 속도를 놓고 EU 집행부의 의견이 엇갈려 두 기관의 조직, 업무범위, 자금 등 구체적 논의를 시작도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유럽의 금융 중심인 런던 금융계는 EU 집행부가 있는 브뤼셀의 감독을 받지 않으려 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정치권의 이념적 반발이 큰 변수다. 재무부가 금융규제 개혁의 핵심으로 추진중인 분야별 금융감독기관 통합에 대해 공화당의 일부가 "과도한 시장개입"이라며 반대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연방예금보험공사(FDIC)와 통화감사원이 보험업계 금융규제 관할을 놓고 이견을 노출하는 등 정부기관끼리도 반목하고 있다.

금융규제 분야 컨설턴트인 버트 엘리는 "금융규제와 관련해서 보면 워싱턴 정가는 '만인 대 만인의 투쟁' 상황"이라고 이코노미스트에 전했다.

이런 가운데 정작 규제 당사자인 금융회사들은 느긋한 표정이다. 오바마 정부가 혈세 투입에 대한 반감을 다독이기 위해 강력한 '말'을 사용하지만, 실제 '행동'에 나설 때는 금융회사에 유리한 결정을 내리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의 주택장기대출 영업 기준을 강화한 재무부의 조치가 타 기업의 신규 진입을 막아 결과적으로 혈세를 낭비한 기존 금융회사에 유리하게 작용한 것이 한 예이다.

이코노미스트는 2002년 미국 엔론ㆍ월드콤 회계부정 사건 직후 유사 사건의 재발을 막기 위해 '사벤스ㆍ옥슬리 법'을 만들었으나 그 과정에서 당파싸움이 벌어졌고 결국 법은 졸속 제정돼 기업의 불법 행위 재발을 막지 못한 사례를 들며 불행한 역사가 반복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영오 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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