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거운 웃음이긴 하지만, 웃고 나서 깨달았다. 우리가 너무 오래, 웃지 못했다는 것을. 그야말로 에누리 없이, 근심걱정 하나 없이 웃어본 적이 언제인가."(283쪽)
공선옥(46)씨의 장편소설 <내가 가장 예뻤을 때> (문학동네 발행)는 '가장 예쁘고 싶은 꽃시절'을 침통한 표정으로 통과해야 했던 청춘들의 이야기다. 학살의 기억이 가시지 않은 1980년대 초반 광주가 무대다. 내가>
실업계 고등학교를 막 졸업한 해금과 그의 친구들에게 "청춘은 아름다워라!" 같은 헤르만 헤세의 감탄은 사치일 뿐이다. 공수부대에 의한 참극을 목격한 수경은 "세상 사람들은 왜 아무렇지도 않지? 나는 사람들이 아무렇지 않게 밥 먹고 웃고 결혼하고 사랑하고 애 낳고 그러는게 이상해"라고 절규하며 목숨을 끊는다.
뇌출혈로 어머니가 쓰러지자 충격을 받고 종적을 감췄던 승희는 아버지를 모르는 아이를 임신한 채 돌아온다. 서울로 올라와 봉제공장에 취직한 해금의 젊은날 역시 녹록치 않다.
살인적인 노동을 가난한 노동자 환과의 사랑으로 견뎌내지만, 환 역시 가난을 견디지 못하고 자살을 기도하면서 한 조각 희망마저 산산조각이 난다. 대학에 들어가 학생운동에 투신했던 승규는 강제징집당했다가 싸늘한 시신으로 돌아온다.
공씨는 "잘 있으라는 위로의 말 한마디 없이 우리는 그 시절과 이별했다. 나는 그것이 너무도 아쉽고 서운하고 서러웠다"고 '작가의 말'에서 털어놓았다. 떠올리기만 해도 마음이 먹먹해지는 그 시절을 떠올리는 작가의 얕은 한숨소리가 생생하게 들리는 듯하다.
제목은 '내가 가장 예뻤을 때/ 나는 너무나 불행했고/ 나는 너무나 안절부절/ 나는 더 없이 외로웠다'라는 일본 시인 이바라키 노리코(1926~2006)의 시에서 빌려온 것이다.
이왕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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