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별, 시를 만나다' 연재를 마치며/ "시인들 마음속 별 보는듯 시적 정서 다채"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별, 시를 만나다' 연재를 마치며/ "시인들 마음속 별 보는듯 시적 정서 다채"

입력
2009.06.01 00:01
0 0

2009년 '세계 천문의 해'를 기념해 한국일보 2면에 매일 아침 선보였던 '별, 시를 만나다'가 50회의 연재를 끝내고 1일 막을 내렸다. 3월 30일 김기택 시인의 '번개를 기다림'부터 1일 나희덕 시인의 '어둠이 아직'까지, 우주와 별을 노래한 50편의 시는 일찍이 볼 수 없었던 '자연과학과 시의 결합'이라는 시도로 독자들과 시단의 뜨거운 관심을 모았다.

50편의 시 한 편 한 편마다 섬세하고 따뜻한 해설을 썼던 서동욱(41ㆍ서강대 철학과 교수) 시인, 김행숙(39ㆍ강남대 국문과 교수)시인이 만나 지면에서 못다한 이야기들을 나눴다.

'별, 시를 만나다'는 8월 중 단행본 시집으로 출간되며, 연세대 천문대에서 참여 시인들이 직접 시를 낭송하는 '문학의 밤' 행사도 개최될 예정이다.

■ 서동욱·김행숙 시인이 고른 빛나는 시구들

'하루를 탕진하고/ 별을 본다/ 후후 불면 숯불처럼 살아나거라' (장석남 시 '북쪽 하늘 별 옮겨 앉듯'에서)

'별에 입술을 달아 준다면 평화로운 주문들이 골목길에 쏟아지겠지만'(이근화 시 '고요한 오렌지 빛'에서)

'우리가 그의 하늘을 빼앗고 죽음을 빙자한 영원한 암흑을 선사했을 때에도/ 우리를 두렵게 하는 것은 오로지 별빛의 은폐 속에만 있었다'(황성희 시 '갈릴레이 암살단'에서)

'그때는 별의 모서리를 함부로 지나던 새의 날갯죽지가 베이지. 하루하루 그걸 바라보고 있어'(김소연 시 '명왕성에서 2'에서)

'알 수 없기에 두렵고 달콤한 어둠, 아, 얼마나 다행인가/ 어둠이 아직 어둠으로 남겨져 있다는 것은'(나희덕 시 '어둠이 아직'에서)

- 연재가 끝났다. 소감은.

▲서동욱= 별과 우주가 주제였지만 다양한 시들을 읽을 수 있어 솔직히 놀랐다. 삶이 어렵기 때문인지 별이 뜬 하늘을 위안으로 삼는 시(손택수)도 있었고, 빅뱅이나 블랙홀 같은 천문과 관련된 과학적인 소재를 담은 시(김언, 성기언), SF적인 내용의 작품(유형진)도 나왔다. 외계에 있는 별이 아니라 지구라는 별을 다룬 시(김지녀, 김행숙)들도 흥미로웠다.

▲김행숙= 신문에는 슬프고 안좋은 소식이 많이 실리지만 '별, 시를 만다다' 코너는 순정한 공간이었던 것 같다. 시인들도 독자들도 비록 실용적인 행위는 아니지만, 하늘을 쳐다보면서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가' 이런 것들을 생각해볼 시간을 가졌을 것 같다. 시인들에게 답장을 쓴다는 기분으로 해설을 썼다. 김소연 시인은 내 해설을 읽고 문자를 보내오기도 했다.

- 독특한 상상력을 발휘한 시들이 많았다. 인상에 남는 작품들은.

▲서= 별을 하늘의 숯불로 비유한 장석남 시인, 캄캄한 하늘에 물관을 박겠다는 식물적 상상력을 보여준 정끝별 시인의 작품이 기억난다. 황성희 시인은 지동설을 주장한 갈릴레이 이야기를 썼다. 진실에 다가가고자 하는 과학자의 노력이 정치적으로 좌절되는 과정을 인간적으로 접근했다.

▲김= 별을 이야기한다기보다 별을 빛나게 하는 어둠을 다룬 시들도 의미가 깊다. '별의 더 빛나는 몸뚱이/ 어둠이 될 수 있을거야'라는 함민복 시인의 구절은 울림이 크다. 휴지에 묻은 빨간 고춧가루 같은 아주 작은 반짝임에 관심을 가진 시(김민정)도 있었다. 너무나 고귀한 것으로부터 그렇지 않은 것까지 모두 시인들에게는 '별'이었나보다.

- 예상 외로 서정적인 시가 드물다는 지적도 있었는데.

▲김= 서정의 범위를 너무 좁힌 것 아닌가. 가령 서동욱 시인은 외계인을 말하면서도 유머러스하고 쿨한 사랑의 이야기를 했다. 모든 시에는 감성이 떨리는 지점이 있었다. 이번 시들은 감성의 움직이는 폭이 넓었으며 이것이 다양한 서정의 세계로 펼쳐졌다고 생각한다.

▲서= 과거와 현재의 시인들이 별과 만나는 생활세계가 근본적으로 달라졌기 때문에 그런 생각이 드는 것 아닐까. 요즘 시인들은 불빛과 공해에 가려진 상태에서 마음 속으로 별을 바라봐야 한다. 그래서 시적 정서도 훨씬 다채로울 수밖에 없다. 다양한 방식으로 마음의 진실성에 다가가려는 노력을 엿볼 수 있었다.

- 별은 지금 우리 삶에 어떤 의미를 줄 수 있을까.

▲김= 별 이야기는 결국 살고 죽고 하는, 사람 사는 이야기가 아닌가 싶다. 우주라는 곳은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무한한 공간이라, 사람들은 착하지 않아도 그 앞에서 착한 척하기도하고, 겸손해지도 하고…. 그런 마음들이 스쳐 지나갔다. 모르는 곳이기 때문에 '상상력의 자궁'이라는 느낌도 든다. 모르는 곳이 있으면 인간은 빈곤해지는 것이 아니라 풍요로워지는 것은 아닐까.

▲서= 칸트는 우주를 이야기하며 "저 되풀이되는 과정에는 끝이 없으며, 수학이 도움을 줄 수 있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인간의 모든 파악 능력이 침몰하고 마는, 진정 측량불가능한 심연만이 있다"고 했다. 우주의 무한함은 인간을 겸손하게 만들고 인간의 정신을 고귀한 경탄으로 이끄는 것 같다. 한국일보에서 매일 아침 '별, 시를 만나다'를 읽는 것은 그런 체험을 할 수 있었던 행복한 시간이었다.

이왕구 기자 fab4@hk.co.kr

제보를 기다립니다

기사를 작성한 기자에게 직접 제보하실 수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적극적인 참여를 기다리며, 진실한 취재로 보답하겠습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