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신일 세중나모여행사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는'박연차 게이트' 수사의 새로운 시작일까, 아니면 마무리 신호일까.
애초 천 회장은 이명박 대통령의 40년 지기이자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의 30년 의형제라는 인연 때문에 주목을 받았다. 그가 박 전 회장과 이명박 정부간 연결고리 역할을 했을 것으로 의심 받아온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 수사 과정에서 천 회장이 지난해 한상률 당시 국세청장에게 태광실업 세무조사 무마 청탁을 한 것으로 밝혀지면서 박 전 회장과 천 회장의 관계, 이명박 정부에서의 천 회장'위상'이 새삼 세간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여기에 2007년 천 회장이 팔아치운 300여억원대 지분과 2007년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 및 대선과의 관련 여부, 그가 이 대통령의 특별당비 30억원을 대납했다는 의혹 등도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그러나 검찰이'살아있는 권력'의 심장부까지 칠 것이라는 관측은 애초부터 찾아보기 어려웠다. 실제 천 회장의 영장 기재 혐의 중 세무조사 무마 로비를 제외한 탈세 및 증권거래법 위반 혐의는 엄밀히 말해 천 회장 개인비리에 해당하는 사안이다.
법조계에서도 검찰이 '구색 맞추기' 선에서 이 정도 혐의만 규명한 채 6월 초 수사를 마무리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하지만 이 같은 시나리오는 노 전 대통령 서거라는 초대형 변수가 등장하기 전의 것이다. 현재 검찰은 상당히 곤혹스러운 처지에 빠졌다. 수사팀이 결과적으로 상처를 입은 이상 천 회장이 아니라 그 누구에 대해서도 수사를 확대할 수 있는 동력은 사라진 상황이다.
그렇다고 해서 천 회장과 다른 '박연차 게이트' 연루자들에 대한 수사를 적당히 마무리하기도 어렵다. 수사 초기부터 야당 등에서는 "천 회장 수사 강도가 노 전 대통령에 비해 너무 미약하다"고 검찰을 공격했다. 노 전 대통령의 서거 사태까지 발생한 이상 야당의 공세는 강도가 한층 높아질 수밖에 없다.
실제 정세균 민주당 대표는 31일 "이번 수사의 진상을 규명할 특별검사제를 도입하겠다"고 강조했다. 만일 한나라당내 친박근혜 진영과 다른 야당들이 민주당에 동조하기라도 할 경우 특검제 도입이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특검팀 수사 과정에서 천 회장의 추가 비리, 특히 여권 핵심인사들의 연루 사실이 드러날 경우 검찰은 이중의 타격을 피하기 어려워진다. 이 때문에 검찰 안팎에서는 노 전 대통령 서거 사태와 관련한 비판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천 회장 수사를 더욱 강도 높게 진행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검찰의 대응이 주목된다.
박진석 기자 jse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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