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조야 일부에서 북한에 대한 군사적 대응의 필요성을 시사하는 발언들이 나오고 있다. '군사 옵션'은 6자회담이 출범한 2003년 이래 공개적으로 언급된 적이 없었기 때문에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대북제재 결의안 도출 작업을 하고 있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이사국 사이에서도 군사적 대응을 규정한 유엔헌장 7장 42조의 적용 여부 등 가능한 모든 옵션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안보리의 대북 제재 수위가 어느 선에서 결정될지도 초미의 관심사로 대두하고 있다.
윌리엄 페리 전 미 국방장관은 28일(현지시간) 미 외교협회(CFR)가 '미국의 핵정책'을 주제로 주최한 토론회에서 "북한의 추가 핵실험을 저지하기 위해 (군사옵션을) 최소한 검토는 해야 한다"고 말했다.
페리 전 장관은 "군사적 행동을 권하는 것은 아니지만, 비군사적 옵션이 성공을 거두지 못한다면"이라는 전제를 제시한 뒤 "(과거) 군사옵션을 선택했다면 북한의 1, 2차 핵실험을 저지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군사대응의 효용성을 부각시켰다.
페리 전 장관은 1994년 1차 북핵 위기 당시 국방장관으로서 '북폭론'을 주장했으며 99년 북한의 대포동 1호 발사 이후에는 포괄적인 대북접근법을 골자로 하는 '페리 프로세스'를 입안했다.
그는 그러나 "북한에 대한 어떠한 군사옵션도 한국에 즉각적인 결과를 낳기 때문에 한국 정부와 명확한 의견일치가 있어야 한다"며 "상당 수준의 토론을 거치지 않은 채 군사옵션을 실행에 옮겨선 안된다"고 말해 군사 대응 이전의 '안전망'을 재차 강조했다.
페리 전 장관의 발언은 북한에 대한 점증적인 압박이 먹히지 않을 경우 최종 수단으로 군사적 옵션을 배제해서는 안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조지 케이시 미 육군 참모총장도 이날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서 한반도의 전쟁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필요하다면 군사적 대응에 나설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군사력을 결집하는데 과거 90일 정도 걸렸지만 지금은 그렇게까지 필요하지 않다"며 "(군사대응이 이뤄진다면) 지상전 형태는 아닐 것"이라고 해 만약에 대비한 '군사 플랜'이 구체적으로 검토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이 같은 발언에 대한 미국 행정부의 반응은 '아니오'이다.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은 이날 8차 아시아 안보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싱가포르로 향하는 기내에서 "2만8,000명의 주한미군을 보강해야 할 정도의 북한 움직임은 확인하지 못했다"며 "북한이 그것(군사제재)을 필요로 하는 어떤 행동을 하지 않는 한 당장 군사적 행동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정부 내 어느 누구도 위기가 닥쳤다고 보지 않는다"며 "어떤 군사적 행동도 국제적 합의에 의해 결정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워싱턴의 대북 전문가들도 대북 군사행동은 북한의 대규모 보복공격을 초래해 한반도에 엄청난 희생자를 낳을 수 있기 때문에 '압박수단으로서만 가능한 옵션'이라는 데 입장을 같이하고 있다. 마이클 오핸런 브루킹스연구소 연구원은 "우리는 (북한의) 핵무기가 어디에 있는지 모른다"며 북한의 핵무기나 핵시설을 정확히 타격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워싱턴=황유석 특파원 aquariu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