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부터 증권사의 종합자산관리계좌(CMA)를 통한 신용카드 결재가 가능해지면서 카드업계가 '제2의 전쟁'을 치를 태세다. 지금까지 신용카드는 은행 계좌로만 결제가 가능했지만, 자본시장법 본격 시행에 따라 이제 증권사 계좌로도 결제가 가능해진다. 이에 따라 전업 카드사들은 '은행으로부터의 독립'을 선언하며 공격적인 시장점유율 확대에 나서고 있는 반면, 거대 은행의 물밑 지원 속에서 성장해온 은행계 카드사들은 거미줄 같은 제휴망을 통해 방어막 치기에 열심이다.
증권사와 손잡고 총공세에 나선 전업 카드사들
신용카드 결제 확대의 가장 큰 수혜자는 전업 카드사들이다. 이들은 그간 은행 계좌로만 결제가 되는 만큼 비용 부담이 컸고, 고객 확보에도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었다. 실제 삼성카드와 현대카드 등 전업 카드사들은 은행에 상당액의 지급결제 수수료를 물어왔다. 예를 들어 이들 카드사는 시중 은행 계좌에서 카드 대금을 인출할 때 0.5%의 수수료를 부담해야 한다. 한해 120억원에 달하는 엄청난 액수다. 하지만 CMA를 통해 증권사에서 인출할 경우엔 수수료가 절반 이상 줄어든다.
더욱이 그 동안 누리지 못했던 계열사간 시너지 효과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삼성카드는 증권업계 수위를 다투는 삼성증권과의 제휴를 통해 단숨에 선두 도약을 노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현대카드도 HMC투자증권과 현대증권 등과 연계해 현대ㆍ기아자동차-현대카드-범현대계열 증권사으로 이어지는 연합군을 형성해 업계 판도를 뒤흔들 태세다. 대형 금융계열사가 없던 롯데카드도 CMA 최강자인 동양종금증권과 제휴를 통해 상위권 도약을 꿈꾸고 있다.
거미줄 제휴로 방어막 치는 은행계 카드사들
대형 은행들의 우산 속에서 안정적인 성장을 구가해온 국민, 신한, 우리, 하나카드 등 은행계 카드사들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그 동안 은행 통장이 갖고 있는 독점적 지급결제 기능을 무기로 은행 창구에서 카드 고객을 유치해 왔지만, 앞으로 이런 프리미엄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게다가 은행 카드를 이용하는 고객이 CMA결제 계좌로 바꿀 경우 증권사에 수수료까지 물어야 할 판이다.
따라서 은행계 카드사들의 전략은 피해 최소화에 맞춰져 있다. 금융지주사에 있는 계열 증권사로 고객 이동을 유도하고, 카드사가 없는 증권사와 거미줄 제휴를 통해 고객 이탈을 막겠다는 것이다.
업계 1위인 신한카드는 계열사인 굿모닝신한증권과 짝짓기를 하는 동시에, 미래에셋증권 대우증권 등 증권계의 큰 손들과 제휴선을 만들어 수성(守城)에 나섰다. 우리카드도 우리투자금융을 비롯해 한국투자증권을 우군으로 끌어들여 맞불을 놓았고, 하나카드도 계열사인 하나대투증권을 시작으로 제휴선 확대에 나설 예정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CMA계좌의 경우 카드대금 결제 외에도 송금과 이체, 공과금 납부가 가능하고 금리도 높아 시장 파급력이 크다"면서 "카드사들과 증권사 간 합종연횡과 제휴 강도에 따라 기존 카드업계의 순위까지 요동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손재언 기자 chinas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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