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플로리다주 케네디우주센터 남쪽에 위치한 방위산업체 레이시온 연구소. 록음악이 흐르고 청량음료 캔이 수북이 쌓인 이곳에서 말총머리에 티셔츠, 청바지 차림의 젊은이들이 미국 국방부 전산망과 가상 적국의 전산망에 침투할 방법을 찾느라 머리를 쥐어짜고 있다.
레이시온을 비롯해 노드롭 그루먼, 제너럴 다이내믹스, 록히드 마틴 등 거대 방위산업체들이 사이버 보안분야 투자를 크게 늘리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31일 보도했다. 정부가 사이버 전쟁에 대비하기 위해 사이버사령부 설치를 추진하고 거액의 예산을 책정하자 관련 시장을 차지하기 위해서다. 노드롭 그루먼의 정보감시시스템 담당 다니엘. D 앨런은 "미국 정부 컴퓨터 보안 관련 예산이 연 100억달러 규모인데 향후 급속히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방위산업체들은 관련 중소기업을 인수하고 관련 연구소에 재정을 지원할 뿐 아니라 '사이버 닌자'를 모집한다는 자극적인 구인광고를 내 전문가를 확보하고 있다. 민간 정보통신분야의 침체가 길어지면서 실리콘밸리의 괴짜 천재들도 극비리에 국방 관련 연구소로 자리를 옮기고 있다. 국방 분야로 옮긴 전문가들은 농담조로 스스로를 '비밀 취급 허가를 받은 해커'라고 부른다.
NYT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미국이 경제와 국방 보안 분야에서 심각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면서 대비를 촉구했는데 이들 젊은 기술자가 바로 그 분야의 주역"이라고 전했다.
록히드 마틴의 경우 과거 전산 보안 전문가들은 자사 개발 프로그램의 보안 허점을 찾아내고 보완하는데 주력했다. 하지만 이제는 국방 분야 전산망에 대한 가상적국의 예상침투 경로를 미리 찾아내고 반격 수단을 개발하는 게 주업무가 됐다. 레이시온 역시 국방 관련 전산망에 침투한 적국 해커를 국방부 사이트로 위장한 '함정 사이트'로 유인해 정체를 밝히는 작업에 집중하고 있다.
국방 분야에서 전산보안이 차지하는 비중도 급속히 늘고 있다. 20년 이상 군 정보 분야에 종사하다 국방전산망 보안 분야로 전직한 조엘 하딩은 "국방 정보 전문가는 3,000~5,000명 규모, 이들을 뒷받침하는 컴퓨터 오퍼레이터 담당 군인이 5만~7만명 수준"이라고 밝혔다. 여기에 전자전과 적군 전산망 교란 등을 담당하는 민간분야 전문가를 합치면 8만8,000여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정영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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