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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연극 '모범생들'

입력
2009.06.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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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범생'에 대한 한국 사회의 인식은 '학업이나 품행이 본받을 만한 학생'이라는 사전적 정의와는 다소 차이가 있다. 성적은 하위권으로 곤두박질치지만 지각 한 번 하지 않은 성실한 학생에게 모범생이라는 수식어는 어색하게 느껴지므로.

연극 '모범생들'(작 지이선ㆍ연출 김태형)은 바로 그 인식의 간극을 무대 위로 끌어올린다. 명문외고 학생들의 수학 시험 중 부정행위를 소재로 현대 엘리트의 모순된 가치를 폭로하는 작품이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의 '돌곶이가 선보이는 창작극 시리즈'로 2007년 초연됐다.

극은 서른 다섯 살의 고등학교 동창 명준(이호영) 수환(김슬기)이 서울의 한 특급호텔 결혼식장에서 오랜만에 인사를 나누는 것으로 시작된다. 이들의 대화는 어딘지 모르게 어색하다. 그 이유는 무대가 고교 시절로 바뀌면서 하나씩 드러난다.

이들은 학력고사 마지막 세대로 고3 2학기 중간고사를 앞두고 있다. 전공에 상관없이 서울대를 지망하는 명준은 내신 성적 상위 3%를 고수하기 위해 친구 수환과 부정행위를 도모하고 우연히 이를 눈치 챈 종태(김종태)도 가담하게 된다.

이후 반장 민영(홍우진)이 어떤 소문 때문에 이들 무리와 얽히면서 파장은 일파만파로 커지고 결국 부정행위 계획은 실패로 끝난다. 하지만 다시 성인의 모습으로 돌아 온 이들은 여전히 소위 엘리트로 살고 있다. 욕망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모습도 변함없다.

이 공연의 매력은 명쾌함이다. 빠른 템포의 배경 음악과 조명 만으로 효과적인 장면 전환을 이어가는 가운데, 분명히 갈리는 네 명의 캐릭터는 인정사정 없는 상류층, 타인의 시선에 집착하는 지도층 등 우리 사회의 전형적 인물형을 떠올리게 한다.

내신 성적이 상위 0.3%에 드는 반장 민영이 "네가 대학원 갈 때 난 유학 갈 거고 네가 집 장만하겠다고 적금 부을 때 난 네 적금 만기금액 만큼을 연봉으로 받을 수도 있어. 시간이 지날수록 차이는 더 커져"라고 소리칠 때는 사회가 강요하는 욕망에 흔들리는 우리네 속마음을 들킨 듯 뒷맛이 쓰다.

과거 두 번의 공연에서 호흡을 맞춘 홍우진 이호영 김슬기와 안종태 역으로 새로 합류한 김종태는 인생살이와 꼭 닮은 극 중 현실을 자연스럽게 풀어냈다. 발성 부족으로 대사 전달이 다소 안 되는 점은 아쉽다. 8월 2일까지 대학로 SM스타홀. (02)744-7304

김소연 기자 jollylif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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