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회 의원을 뽑는 선거가 6월 4일 영국, 네덜란드에서 시작해 7일까지 27개 유럽연합(EU) 회원국에서 실시된다.
이번 선거에는 3억7,500만명의 유권자가 참여해 2014년까지 EU의 정책을 감시할 736명의 의원을 선출한다. 유럽의회는 각 회원국에서 정당별 득표율에 따라 의석이 배분되는 비례대표제 형식을 하고 있다.
그러나 극우파는 선전하고 좌파는 부진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선거를 앞두고 정당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고 미국의 시사주간 뉴스위크가 보도했다.
현재 27개 회원국 중 20개국은 우파가 집권하고 있으며 특히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등 '빅4' 가운데서는 영국만 좌파 노동당이 집권하고 있다. 게다가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는 최근 지지율 급락으로 기로에 서 있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자본주의가 위기를 맞고 있고 국가의 역할이 커지고 있는데도 이번 선거에서 좌파가 유권자의 외면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한다. 반면 ▦반 무슬림 정책을 외치는 네덜란드의 자유를위한정당(PVV) ▦유럽통합 반대를 주창하는 아일랜드의 리베르타스 ▦"영국 일자리를 영국인에게"라는 구호를 내세운 영국의 브리티시민족당 등 극우파의 지지도가 급상승하고 있다.
이 같은 역설적 상황에 대해 뉴스위크는 "유럽 좌파 정책의 성공이 좌파 몰락의 가장 큰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20세기 좌파의 국가 개입적 경제정책으로 극빈계층이 줄어들고 전쟁, 독재, 국수주의, 계급대립이 완화되면서 정통 좌파의 구호와 정책이 현실과 괴리됐다는 것이다. 반면 소규모 자영업자나 비정규직, 이민노동자, 환경문제 등 정통 좌파의 이념에 담을 수 없는 새로운 약자가 등장했으나 좌파가 이들에 대한 정치적 배려나 정책개발에 상대적으로 소홀했다는 것이다.
좌파 정당들은 선거를 앞두고 통일된 구호 조차 합의하지 못하고 있다. 예를 들어 미국의 오바마 정부가 국가재정 지출을 늘리자 독일의 좌파 사민당 소속 재무장관은 미국의 정책을 "멍청한 케인스주의"라고 비난했다. 케인스주의가 좌파의 비난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탄소 배출 절감의 대안으로 각광 받는 원자력발전소도 녹색당과 연대한 독일 사민당의 반대로 좌파 공약에서 제외됐다. 저개발국 농민이 가난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게 하는 유럽의 농민 보조금 정책 역시 프랑스 사회당의 반대로 이번 선거 공약이 될 수 없었다.
뉴스위크는 좌파가 위기에서 벗어나 정치적 주도권을 찾기 위해서는 중도 유권자의 마음을 사로잡은 스웨덴, 덴마크, 핀란드 등 북구 좌파로부터 교훈을 얻어야 한다고 조언하면서 특히 헬레 토르닝 슈미트 덴마크 사민당 당수를 주목했다. 그는 아네르스 포그 라스무센 총리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사무총장에 당선돼 공석이 된 총리 자리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영국인과 결혼해 두 자녀를 둔 40대 여성 슈미트는 전통적 좌파의 굴레를 벗어나 부유층 위주 정책을 반대하는 중도 정당과 손잡았으며 싱글맘, 이주노동자 등 사회적 약자를 포용하는 정책을 펴면서 유권자의 마음을 사로 잡았다는 것이다.
정영오 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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