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의 농산물 판매ㆍ유통(경제사업)과 금융(신용사업) 분야를 쪼개는 신경(信經))분리를 놓고 농협과 정부가 정면 충돌할 조짐이다. 현 농협의 구조 골격을 바꾸는 신경분리는 지배구조 개편에 이어 진행되는 농협 개혁의 핵심 사안. 농협의 사업구조 개편안 제출이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벌써 농협과 정부 사이에는 기선을 잡기 위한 신경전이 치열하다.
31일 농림수산식품부 등에 따르면 농협중앙회는 5일까지 정부의 요구에 맞춘 신경분리 관련 입장을 내놓기 위해 막바지 작업 중이다. 하지만 농협은 사업분리 시기 및 자본확충 방식 등 핵심 쟁점에 대해 농식품부의 구상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농협의 신경분리 과정에서 농협 스스로 금융부문의 독자생존에 필요한 추가자본(6조원)을 확충하기 어렵다면 정부 재정을 집어넣어서라도 가능한 빨리 사업구조 개편을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농협 관계자는 "정부가 2007년 발표한 신경분리 방안도 아직 법적으로 유효하다"고 말했다. 2년 전 정부는 2017년까지 10년에 걸쳐 농협 스스로 8조2,000억원의 자본을 확충, 경제-신용-교육지원의 3개 부문으로 분리하는 방안을 마련했었다. 따라서 농협 개혁의 시행시기를 늦추고 정부 개입도 줄여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최원병 농협 회장도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사업 분리는 농협 스스로 하겠다. 정부는 신경분리를 빨리 끝내려고 하지만 우리 생각과는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순수하게 민간자본으로 만들어진 농협에 공적자금이 들어오면 자율성이 훼손된다"면서 공적자금 투입을 통한 자본 조달에 반대한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물론 정부는 농협 사업구조 개편의 속도를 늦출 수 없다는 생각이 확고하다. 최 회장의 발언이 전해진 직후 장태평 농식품부 장관은 "농협 개혁은 수십 년간 농협 스스로 못했기 때문에 정부가 시작하게 된 것"이라며 "당초 계획대로 사업구조 개편 관련 농협법 개정안을 연내 국회에 제출하고 농협과 협의 하에 사업분리를 진행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명박 대통령도 경기 안성에서 모내기를 할 당시 직접 최 회장에게 신경분리를 차질없이 추진토록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농식품부는 또 2007년 신경분리 방안이 이제는 비현실적 대안이 됐다고 지적한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2년 전과 비교해 농협의 수익이 크게 나빠져 자율적으로 신경분리를 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현 사업구조로는 신용사업마저도 위험해질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농협은 순이익이 2,400억원에 불과해 자본 확충을 하지 못했다.
문향란 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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