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골퍼가 시합 중에 볼을 모두 잃어버렸다면?
좀처럼 볼 수 없는 기이한 상황이 벌어졌다. 프로골퍼, 그것도 국내 정상급의 간판선수가 공식 대회 중에 볼을 모두 잃어 실격 위기에 처했다. 그런데 마침 같은 볼을 갖고 있던 갤러리 중 한 명이 볼을 건네줘 겨우 라운드를 마치는 웃지 못할 일이 생긴 것.
진땀을 흘린 주인공은 '미소 천사' 김하늘(21ㆍ코오롱엘로드). 김하늘은 29일 경기 용인 레이크사이드골프장 동코스(파72)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힐스테이트 서울경제여자오픈 1라운드에서 준비해 온 볼 4개(타이틀리스트 프로V1-X)를 모두 잃어버리는 상황을 연출했다.
초반부터 극심한 난조를 보인 김하늘은 4번홀에서 OB를 내 볼을 잃어버린 뒤 12번홀, 15번홀(이상 파4)과 16번홀(파5)에서 티샷을 모두 워터 해저드에 빠뜨렸다. 아직 두 홀을 남겨놓고 있었던 김하늘은 이날 준비했던 볼을 모두 잃자 크게 당황했다.
골프 규칙에 따르면 선수는 동일한 상표, 동일한 모델의 볼을 써야 하기 때문에 다른 볼을 쓰게 되면 홀 당 2벌타를 받고 세 번째 홀에서는 실격을 당하게 된다. 동반 플레이어들에게 도움을 청해 봤지만 김하늘과 같은 모델의 볼을 사용하는 선수는 없었다.
그러나 그 순간 갤러리 중 골프선수 지망생 박아름(14ㆍ분당 청솔중)양과 경기를 관전하던 아버지 박동수(42)씨가 김하늘의 볼과 같은 메이커의 볼을 건넸다. 박씨는 "닳고 닳은 볼 5개가 가방 안에 있었는데 딱 하나가 김하늘 선수의 볼과 같은 브랜드였다"고 말했다.
디펜딩챔피언 김하늘은 7오버파의 부진한 성적으로 최하위권에 머물렀지만 갤러리 덕에 실격 위기에서 벗어나게 됐다.
지난 주 두산매치플레이 챔피언십에서 9홀 연장접전 끝에 우승을 차지했던 유소연(19ㆍ하이마트)은 첫 날 4언더파 68타로 선두에 1타 뒤진 공동 3위에 올라 상승세를 이어갔다. 선두에는 5언더파 67타를 기록한 김해림(20)과 문수영(25)이 자리했다. 김해림은 '꽃보다 남자'의 인기 탤런트 김현중의 사촌 동생인 것으로 알려져 화제를 모았다.
용인=정동철 기자 ball@hk.co.kr
허재원 기자 hooa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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