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 국민장이 7일 만에 마무리됐지만 추모객들의 애도는 완전히 끝나지 않았고 그들의 마음도 아직 가라앉지 않았다. 많은 국민의 이런 정서가 국민장 완료와 함께 일순에 마무리될 수는 없다. 많은 인파가 운집한다고 무질서가 우려되고, 해산하고 쫓아버린다고 치안이 유지되는 것이 아님은 이번 국민장 과정에서도 뚜렷이 경험했다. 질서와 치안만을 앞세워 일률적으로 대응하는 것은 슬기롭지 못하다.
당국이 시청 앞 대한문 쪽에 설치됐던 시민분향소를 국민장이 끝나는 시간에 맞춰 강제로 철거해버린 것은 바람직하지 못했다. 국민장 기간 내내 수많은 인파가 질서를 지키며 경건하게 모여들었다. 추모객들이 계속 몰려들 것을 우려했다지만 불법집회나 폭력시위가 예상되는 장소가 아니다. 뒤늦게 경찰이 "평화적 추모제는 보장하겠다"고 했다니 다행이다. 분향소 측에서도 정치집회로 변질될 수 있는 빌미를 당연히 스스로 없애야 한다.
서울시와 경찰, 추모단체와 일반사회단체 사이에 알력을 빚고 있는 서울광장 개방문제도 같은 맥락에서 보아야 한다. 국민장이 끝나자마자 전투하듯 점령해 경찰버스로 담장을 둘러친 것은 조급했다. 지난해 광우병 파문으로 인한 촛불문화제가 반정부 불법ㆍ폭력시위로 이어졌던 바를 우려했겠지만, 추모문화제와 불법ㆍ폭력시위는 시민들이 분별할 수 있다. 영결식 과정에서 일부 세력의 정치적 구호는 추모열기에 묻혔고 산발적 반정부시위도 별 호응을 얻지 못했다.
노 전 대통령의 49재가 끝날 때까지 전국 곳곳은 물론 서울광장을 중심으로 갖가지 추모행사가 열릴 것이다. 6월엔 민주노총 등 각종 사회단체의 집회와 시위도 예정돼 있다. 예단과 우려를 근거로 추모문화제를 원천적으로 봉쇄하면 부작용이 더 클 수 있다.
경찰의 조치를 빌미로 집단과 단체의 이익을 도모하는 폭력행사가 난무해서도 안 된다. 당국이 추모행사와 불법ㆍ폭력시위를 구분해 엄정히 대응한다면 그 과정에서 불가피한 일부 혼란은 큰 무리 없이 흡수하여 삭일 만하다. 사회의 성숙한 자정능력을 믿고 지혜롭게 대응하는 것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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