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녀가 美유명 헤어디자이너로… 나를 역경서 끌어낸 것은 자신감"
"완전히 홀랑 벗은 느낌이에요, 내 지난 이야기를 모두 적었으니까. 삶의 무게를 힘겨워 하는 사람들에게 도움만 된다면야…."
한국 미용계의 대모로 해외 유학파 1호이자 1970년대 단발 열풍을 일으킨 헤어디자이너 그레이스 리(본명 이경자ㆍ77ㆍ사진)가 자전적 에세이 <오늘이 내 삶의 클라이맥스다> 를 펴냈다. 30대 중반에 이혼한 후 전업주부에서 헤어디자이너로 제2의 인생을 개척하고 일흔이 넘어 경남 통영시에 음식점을 여는 등 좌절을 극복하고 일군 열정적인 삶의 여정을 담았다. 오늘이>
"직업도, 기술도 없이 이혼한 여성의 막막한 심정이라는 건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알 수 없어요. 그래서 제 이야기를 통해 현재 어려움에 처한 이들이 긍정의 에너지를 얻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글을 썼죠. 힘들수록 결코 용기를 잃어서는 안 되니까요."
여고 졸업 후 곧바로 결혼, 전업주부이자 세 아이의 엄마로 살았던 이씨는 한 때 자살을 생각할 만큼 결혼 생활을 힘겨워 했다. 이혼 후 돌파구를 찾기 위해 도미했고 미용실 청소와 머리 감겨주는 일부터 시작해 헤어디자이너로 성공, 금의환향했다. 그가 연출한 헤어스타일은 세계 유명 디자이너들의 작품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미국 패션전문지 <보그> 에 실리기도 했다. 보그>
그는 자신감이 자신을 역경에서 끌어낸 원동력이었다고 회고한다. "영어라곤 Yes와 No밖에 모르는 상태로 간 미국 생활도 나에게는 재미있었어요. 머리 감겨 주는 일을 하면 어때요? 내게는 자신감이 있는데. 한 길로 잘하는 일을 파고들면 최고점이라는 끝이 나오게 마련 아니겠어요?"
이씨는 이 책을 3년간 잉태해야 했다. 암과 싸워야 했기 때문이다. 2001년 처음 유방암 진단을 받은 그는 암이 위와 대장으로 전이돼 집필 중 두 번의 수술을 받았고 지금도 항암 치료 중이다. 하지만 "긍정적인 사람과만 어울린다"는 그는 암 투병 사실을 받아들이는 태도도 남달랐다. "책에 집중한 덕분에 이 (암과의) 전쟁의 고통을 지울 수 있었는걸요."
'영원한 현역'을 꿈꾸는 그는 투병 와중에 새로운 요리책도 쓰고 있다. "나에게는 어제도 내일도 없고 순간이 중요하다는 마음으로 살고 있어요. 미용인 교육기관도 세우고 싶고, 6개월 동안 배웠던 중국어도 더 익혀야 하고, 하고 싶은 일이 아직 많아요."
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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