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서울 경북궁 앞뜰에서 열린 노무현 전 대통령 국민장 영결식은 1시간25분여 동안 시종 엄숙하고 차분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오전 11시께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발인을 끝내고 출발한 운구 행렬이 영결식장에 들어서는 순간 군악대의 조곡 ‘영원한 안식’이 울려 퍼졌다.
영결식이 시작되자 맨 앞줄에 앉아 있던 권양숙 여사와 건호.정연 씨 등 유족들은 만감이 교차하는 듯 잠시 눈을 감았고, 이명박 대통령과 김대중.김영삼 전 대통령, 3부 요인과 주한 외교사절단, 일반 시민 등 2,500여명의 참석자들도 숙연한 모습을 보였다. 전두환 전 대통령은 전립선 수술로, 노태우 전 대통령은 건강상의 이유로 참석하지 못했다.
묵념이 끝나고 이달곤 행정안전부 장관이 고인의 약력을 보고하면서 중학 시절부터 대통령 재임 때까지 고인의 생전 영상이 함께 소개되자 유족들은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닦기도 했다.
장의공동위원장인 한승수 총리, 한명숙 전 총리의 조사(弔辭)에 이어 봉은사 주지 명진스님의 영가 축원과 반야심경 봉독,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권오성 목사의 안식기도, 송기인 신부의 고별기도, 원불교 이선종 서울교구장의 천도의식 등 종교의식이 차례로 진행됐다.
유족과 고위인사의 헌화가 뒤를 이었다. 이 대통령 내외와 고위 인사, 스티븐슨 미국 대사 등 외교 사절 등은 차례로 영정에 하얀색 국화꽃을 바치며 고인의 명복을 기원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헌화 후 휠체어에 의지해 유족들과 일일이 손을 잡고 위로하자 권 여사는 참았던 눈물을 터뜨리기도 했다.
국립합창단은 고인이 즐겨 듣거나 불렀던 노래 ‘상록수’, ‘아리랑’, ‘아침이슬’을 합창했으며, 강은일은 해금을 연주했다. 영결식은 삼군(三軍) 조총대원들이 21발의 조총을 발사하는 의식을 끝으로 마무리됐다.
이날 영결식장은 한때 긴장감도 흘렀다. 한명숙 전 총리가 ‘원고 없는 조사’를 하면서 분위기가 잔뜩 긴장된 것이다. 한 전 총리는 “님을 지키지 못한 저희들의 무력함이 참으로 통탄스럽고, 대통령을 지켜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며 연실 눈물을 글썽였다. 조사를 읽어 내려가던 그는 특히 “세상에 이런 일이 있습니까. ‘잔인한 세상’은 인간 노무현으로 살아갈 마지막 기회조차도 빼앗고 말았습니다.”, “님은 실패하지 않았습니다. (시민들이)대통령을 향해 날리려고 들고 있는 노란 풍선을 보고 계십니까?” 등의 말로 현 정부를 간접 비판하기도 했다.
송태희 기자 bigsmil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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