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이 아프가니스탄 정부군과 경찰에게 지급한 무기와 탄약들이 아프간 무장세력 탈레반에서 발견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0일 보도했다. 미군의 오폭으로 수많은 아프간 민간인이 희생된 것부터 미국이 공급한 무기가 적에게 흘러 들어가 미군 살상에 사용되는 것까지 아프간전쟁이 점점 더 베트남 전쟁을 닮아가고 있다.
NYT는 최근 파키스탄 접경지역인 아프간 코란갈 계곡에서 사살한 텔레반 전사들로부터 습득한 탄창 중 30개를 무작위 조사한 결과 최소 17개의 실탄이 미국이 아프간 정부에 보급한 것임을 밝혀냈다. 아프간 정부군의 기강 해이와 극심한 부패 등을 감안할 때 8년간의 아프간 전쟁에서 얼마나 많은 미 군수품이 탈레반 수중으로 넘어갔을지 짐작하기조차 쉽지 않다.
미 연방회계감사원(GAO)는 올해 2월 미 정부가 아프간 보안군에게 공급한 소총 중 수천 정의 행방을 알 수 없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또 이들 사라진 총기 중 일부가 지난해 한 전투에서 미군 병사들이 사살되는 데 사용됐다고 비판했다. GAO가 언급한 전투는 아프간 동부 와트나트 마을에서 벌어진 것으로 당시 미군 9명이 사망하고 20여명이 부상했다.
전투가 끝난 후 마을 은닉처에서 탈레반이 사용했던 헝가리제 AMD-65 소총 70여 정이 발견됐는데 이들 소총은 모두 미국이 아프간 경찰에게 지급한 것이다. 이 AMD-65 소총은 파키스탄 무기 암시장에서도 쉽게 발견된다.
사라진 총기의 경우는 사후 추적이라도 가능하지만 총탄은 추적과 관리가 거의 불가능하다. NYT가 추적한 실탄 중 17개는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생산됐거나, 체코에서 만들어져 미군에 납품된 것으로 밝혀졌다. 그리고 나머지 실탄은 구 소련 시절 제품이나 1960, 70년대 중국제품, 그리고 헝가리 제품들이었다. 이들 중 중국제와 헝가리제 역시 과거 국방부 납품업체가 아프간 정부군에게 공급한 것들이다.
실탄을 습득한 부대의 지휘관인 제임스 C. 하우웰 대령은 "아프간 정부군과 특히 경찰의 경우 부패가 심각해 이들을 통해 실탄이 적에게 흘러 갔다고 추정하는 것은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미 국방부와 아프간 주둔 미군 수뇌부는 극히 예외적인 현상이라고 밝혔다. 아프간 주둔 미군 군수책임자는 "텔레반에게서 습득한 미군 무기와 총탄은 교전 중 불가피하게 유실한 것들로 소수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정영오 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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