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800조원 이상으로 회자되는 시중 단기유동성 규모 가운데 100조원 가량은 중복 계산된 수치인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은행 고위관계자는 21일 "가령 은행이 증권사의 머니마켓펀드(MMF)에 맡겨둔 돈이 다시 은행이 발행한 양도성예금증서(CD)에 투자됐다면 이는 다른 돈으로 보기 어렵다"며 "지난 3월말 기준으로 대략 100조원 가량의 유동성이 중복 계산된 것으로 파악됐다"고 덧붙였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과잉유동성 논란과 관련해 "먼저 유동자금의 규모와 성격 등 실체를 잘 분석해야 한다"며 "(금융감독원 등에서) 수치를 그냥 죽 더해서 내지 말고 어떻게 해서 나온 것인지 분석적이고 과학적으로 파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유동성 규모가 너무 부풀려져 있을 경우 갖가지 (잘못된) 얘기들이 나올 수 있는 만큼 중복 계산된 부분은 없는지, 이 가운데 기업과 개인자금은 어느 정도인지를 보다 명확히 가려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편 한은은 이날 비상경제대책회의에 제출한 '최근 금융시장 동향과 유동성 상황' 자료를 통해 "최근 시중 유동성이 상당한 부작용을 초래할 정도로 과도하게 공급된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다만, "단기유동성이 부동산시장으로 이동하면서 주택담보대출이 급증할 경우 주택가격이 빠르게 상승할 수 있는 만큼 이에 대해서는 계속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용식 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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