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케스트라에서 타악기는 맨 뒤에 자리를 잡는다. 고전ㆍ낭만 음악에서 타악기는 다른 악기들을 받쳐주거나 절정의 순간에 반짝 등장해 방점을 찍는 역할을 하곤 한다. 하지만 현대음악에서는 확 달라진다. 20세기 이후 새로운 음악을 찾아나선 작곡가들이 선율이나 화성보다 음향과 음색을 중시하게 되면서 타악기가 맹활약을 하게 된 것이다.
서울시향이 타악기의 화려한 비상을 보여줄 2개의 무대를 준비했다. 성시연이 지휘할 '비르투오소 시리즈 Ⅲ'(6월 5일 오후 8시 예술의전당)에서는 세계적인 타악기 연주자 콜린 커리가 협연하는 미국 작곡가 제니퍼 히그던의 타악기협주곡(2005)을 들을 수 있다.
국내 최고의 진용을 자랑하는 서울시향의 타악기 주자들이 주인공으로 나서는 '실내악 시리즈 Ⅱ'(13일 오후 7시 30분 세종체임버홀)도 타악기의 매력과 장점을 느껴볼 좋은 기회다.
히그던의 타악기협주곡은 마림바를 중심으로 비브라폰, 크로탈, 봉고, 우드블록, 오페라 공, 브레이크 드럼, 드럼 세트 등 다양한 타악기들이 빚어내는 다채로운 음색과 리듬을 즐길 수 있는 곡이다.
특히 마지막 부분의 카덴차(협주곡에서 오케스트라가 쉬고 독주자가 기량을 뽐내는 부분)는 관객을 흥분의 도가니로 몰고 가 곡이 다 끝나기도 전에 박수를 치게 만들곤 한다.
이 곡을 협연할 콜린 커리는 아베 게이코, 이블린 글레니의 뒤를 잇는 세계적 퍼커셔니스트.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 인디애나폴리스 심포니, 댈러스 심포니가 공동 위촉한 이 작품을 이 세 악단과 차례로 세계 초연한 것도 그이다. 한국에서는 2007년 5월 서울시향과 제임스 맥밀란의 '베니 베니 에마누엘'을 협연해 열광적인 반응을 끌어낸 바 있다.
서울시향의 13일 '실내악 시리즈 Ⅱ'는 흔히 보던 현악기 중심의 실내악을 벗어나 타악기 앙상블이 핵심을 이루는 독특한 공연이다. 서울시향은 현대음악 시리즈인 '진은숙의 아르스 노바'를 통해 타악기의 비중이 큰 곡들을 소개해 왔지만, 타악기 실내악으로 무대를 꾸미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에드가 바레즈의 '이온화'(Ionization), 나이즐 웨스트레이크의 '자기중심적 강의', 존 케이지의 '크레도 인 Us', 에티엔 페뤼송의 '도고라 풍의 5개의 춤곡', 아베 게이코의 '웨이브'(Wave)를 연주한다.
현대 타악기 음악의 다양한 면모를 펼쳐보일 흥미진진한 무대다. 예컨대 '웨이브'는 독주 마림바와 네 명의 타악기 연주자를 위한 작은 협주곡으로, 연주자들이 박수를 친다든지 소리를 질러 강한 효과와 폭발력을 지닌 곡이고, '크레도 인 Us'는 타악기 앙상블에 라디오 방송과 오디오 음악이 가세하는 곡이다.
서울시향의 타악기 파트는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의 수석을 겸하고 있는 팀파니 수석 아드리앙 페뤼숑과 타악기 수석 에드워드 최, 벨기에 국제 마림바 콩쿠르 우승자인 김미연 등 멤버가 화려하다.
기량이 뛰어날 뿐 아니라 젊고 의욕적이다 보니 연주가 다가오면 자정이 넘도록 연습실을 지키는 건 다반사이고, 심지어 집에 들어가지 않고 연습실 한쪽에 간이침대를 놓고 쪽잠을 자면서 연습하는 열혈 단원도 있다. 그런 그들이 주인공으로 나서 실내악을 한다니, 기대가 커질 수밖에 없다. 공연 문의 (02)3700-6300
오미환 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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