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은 내 인생이다. 42년 동안 매일 아침 여기로 출근했다."
미국 미시간주 플린트시의 제너럴모터스(GM) 자동차 공장에서 기계공으로 일하는 쿠퍼(64)씨는 최근 회사측의 명예퇴직 제안을 또 거부했다. 명예퇴직의 대가로 제시된 현금 2만달러(2,500만원), 자동차 구입 지원비 2만5,000달러, 월급의 절반에 해당하는 연금보장이 내키지 않아서가 아니었다. 그는 스물 두 살에 이 공장에 처음 배치돼 지금껏 근무하면서 이 공장, 나아가 이 도시와 함께 청춘을 보냈다.
'GM에 좋은 것은 미국에게 좋은 것'이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GM이 미국의 대표 기업으로 전성기를 누리던 1980년대, 이 공장의 정문은 아침이면 출근하는 2만7,000여 노동자들로 장관을 이뤘다. 이 일대는 GM 모델인 뷰익에서 이름을 딴 '뷰익 시티'로 불리며 정부의 각종 지원과 혜택을 받았다.
그러나 이제 이 공장에 남아있는 인원은 불과 450명. 지난달에도 노동자 235명이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회사측의 명예퇴직 제안을 받아들였다. 이들은 전미자동차노조(UAW)에 소속돼 있어 퇴직 거부 의사를 밝히면 회사측이 해고할 수 없다.
파산 가능성이 거론되는데도 이들이 자발적으로 회사 문을 나서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변화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라고 뉴욕타임스(NYT)는 분석했다. NYT는 "공장에 남아 있는 노동자의 90% 가량이 지미 카터 정부 시절(1977~81년)부터 근무했다"고 보도했다. 쿠퍼씨도 "회사를 그만 두면 모든 게 변할 것"이라며 퇴직 이후의 인생을 감당할 자신이 없다고 털어놓았다.
수리공으로 일하는 빅터 브라운(55)씨는 "이 나이에 어차피 갈 곳이 없다"며 "GM은 정부 지원을 받아 살아 남을 것이고, 나는 공장폐쇄와 구조조정을 이겨낼 것"이라며 GM 회생에 실낱 같은 희망을 걸고 있다. 회사에 대한 애정과 의리 때문에 공장을 지키는 이도 있다. 1967년 입사한 마이크 스토이카(60)씨는 "GM은 대학 졸업장이 없는 나를 잘 대해줬고 나는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뷰익 시티는 상당수 작업장이 폐쇄되고 컨베이어벨트가 멈춰 을씨년스러운 풍경을 보이고 있다. NYT는 "GM 플린트 공장 소속 노동자의 인생이 이 회사의 흥망성쇠를 한눈에 보여준다"며 "6월 1일 미국 정부가 GM의 운명을 어떻게 발표하든 이들은 회사와 운명을 같이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민주 기자 m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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