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기자의 눈] '내편, 네편' 변함없는 강박증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기자의 눈] '내편, 네편' 변함없는 강박증

입력
2009.05.31 23:57
0 0

"배를 째 달라는 말씀이시죠. 예, 째 드리지요."

노무현 대통령 때인 2006년, 그의 심복인 한 청와대 비서관이 인사 청탁을 거부한 당시 문화관광부 차관을 경질할 때 했다는 못된 말이 알려지자 많은 사람들이 개탄했다. 30년 공직 생활을 한 공무원에 대한 무례도 무례지만, 패거리의 이해를 위해선 인사라는 중요한 행정과정을 맘대로 유린해도 된다는 권부의 오만에 치를 떨었다. 가장 투명하고 깨끗한 것처럼 행세했던 정부이기에 환멸은 더욱 컸다.

이명박 후보에게 표를 준 민심의 기저엔 보수니 진보니 하는 이념보다도 그렇게 '완장 찬 노무현 패거리들'에 대한 염오도 크게 작용했다. 천둥벌거숭이들보다는 그래도 세상을 알 만큼 알 것이고, 따라서 보다 원만하고 진중하게 일을 할 것이라는 기대도 컸다.

하지만 혹시나 했던 기대는 역시나 하는 실망으로 전락하고 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아닙니다. 사람을 바꿀 순 있지만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 건가 싶어요."

황지우 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이 문화체육관광부의 '표적감사' 및 자신에 대한 중징계 추진에 반발해 사퇴한 19일 한 문화계 인사는 착잡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는 "그 양반 임기가 내년 2월인가 그렇잖아요. 그 때 자연스레 물갈이해도 되잖아요. 꼭 창피를 주고 징계해서 쫓아내야 권력을 체감하는 겁니까?"라고 반문했다.

통섭교육 등 한국예술종합학교의 교육 프로그램에 대한 문화체육관광부의 시비는 더 문제라고 했다. 그는 "재학생들을 생각한다면 차분하게 점진적으로 바꿔나가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왜 이런 무리수를 두는 걸까. 결론은 하나였다. 노무현 때나 지금이나, 권력을 쥐고 있으니 뭔가 표 나게 휘둘러야 직성이 풀리는 권부의 '완장 강박증'이 문제란 얘기였다.

장인철 문화부 차장 icja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