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이 애장품으로 소유하던 석물(石物ㆍ무덤 앞에 놓는 돌 조각품)을 거래하면서 증여세를 탈루한 것으로 드러났다. 고가의 석물은 정확한 가격산정이 어려워 거래 당사자만 가격을 알 수 있고 국세청에 과세 근거도 남지 않아 탈세에 자주 악용되고 있지만 천 회장은 자녀 명의로 거래대금을 받는 색다른 수법을 사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등에 따르면 세중옛돌박물관을 설립할 정도로 돌 조각품에 애착을 갖고 있는 천 회장은 1990년대 중반 무렵 자녀들에게 나중에 증여할 목적으로 석물을 구입, 박물관에 보관해 왔다. 2002년 천 회장은 장녀 미전씨의 몫으로 생각해 왔던 석물을 20억원 가량을 받고 국내 대기업 한 곳에 넘겼다.
문제는 당시 거래대금을 미전씨 명의의 통장을 통해 받았다는 점이다. 정상적인 절차 없이 미전씨에게 20억원 가량이 고스란히 증여된 셈이다. 천 회장은 이 돈을 다시 미전씨 명의의 세중 계열사 주식 매입에 쓴 것으로 알려졌다. 미전씨는 검찰 조사에서 “당시 거래에 대해 알지 못했으며, 통장도 사실상 부모님이 관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석물을 사들인 기업은 거래 상대방일 뿐 불법 행위를 했다고는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검찰은 천 회장이 또 다른 석물거래에서 매매가격을 낮춰 신고하는 방법 등으로 세금을 포탈한 정황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매매업자의 중개 없이 석물을 직거래하고 매매가를 낮춰 신고해 증여세나 법인세를 포탈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검찰은 천 회장이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의 도움으로 주식을 차명보유하고, 세중나모인터랙티브 등의 인수합병 과정에서 자녀들 명의로 주식을 사들이는 방법으로 증여세 및 양도소득세를 탈루한 혐의도 확인 중이다.
천 회장의 탈세 액수는 100억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천 회장이 탈세를 통해 조성한 자금을 자녀 명의로 계열사 지분을 매입하는 데 사용한 의혹도 추적 중이다.
김정우기자 wookim@hk.co.kr
권지윤기자 legend8169@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