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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모내기철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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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모내기철 풍경

입력
2009.05.31 2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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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녘에 모내기가 시작됐다. 보리를 베어내고 모내기를 하던 시절엔 이즈음이 연중 가장 바쁜 때였지만 이제 대부분 1모작을 하는 데다 기계영농이 일반화해 모내기 철에도 농촌이 그렇게 분주하지 않다. 여행 중 버스 창문을 통해 내다보는 요즘 들판은 정겹고 아름답다.

이앙기로 모내기를 하는 농부들에게서는 은근한 여유마저 느껴진다. 가득 물을 채운 무논에 둥둥 떠가는 흰구름과 주변 산봉우리, 논두렁의 푸른 풀들이 비치는 모양은 한 폭의 그림이다. 1년 중 이맘 때부터 모내기한 벼 포기가 자라 논물을 가리기 전까지만 볼 수 있는 풍경이다.

■넓은 들판 가운데 간간이 보이는 누런 곳은 수확기를 맞은 보리밭이다. 일반인들의 보리쌀 소비 기피로 보리재배가 급격히 줄면서 관광 농원에나 가야 구경할 수 있었던 보리밭이었다. 그러나 웰빙 바람으로 잡곡 수요가 늘고 맥주보리 계약재배 등에 힘 입어 보리밭이 다시 들판의 일부를 차지하게 된 것은 다행스럽다. 시장에서 쌀보다 더 비싸게 팔리니 보리재배가 더 늘어날 법도 하지만 아직도 모내기 전까지 놀리는 논이 대부분이다. 누런 보리밭이 바람에 물결처럼 일렁이는 모습은 환상적이다. 요즘 여행 중에 놓칠 수 없는 구경 포인트다.

■들녘 풍경에 넋을 잃고 있다가 농촌의 실상에 생각이 미치면 들떴던 가슴이 금방 서늘해진다. 젊은이는 다 떠나고 노인들만 남아 지키고 있는 요즘 농촌은 결코 낭만이 될 수 없다. 애써 농사 지어봐야 생산비도 건지기가 어렵다. 쇠고기 수입으로 축산 농가의 한숨도 깊어지고 있다.

농촌 마을에서 아기 울음소리 듣기가 힘들어졌다는 것은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전체 산업에서 농업과 농촌의 비중이 현저하게 줄면서 사회적 관심도 낮아졌다. 어제 이명박 대통령의 모내기 봉사활동이 대통령 행사로서는 12년 만이었다는 사실은 상징하는 바가 크다.

■농림수산부가 18일 '쌀 수입 조기 관세화(수입 자유화)'에 대한 여론수렴을 위해 열려던 토론회가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의 실력저지로 무산됐다. 전농측은 쌀 수입 관세화가 우리 농업의 붕괴를 가져온다며 극력 반대한다. 그러나 2014년까지 쌀 수입 관세화를 유예하는 조건으로 거의 무관세로 수입해야만 하는 의무물량을 감안할 때 관세화를 앞당기는 것이 오히려 유리하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관세화로 쌀 시장 개방의 험한 파고를 넘은 일본의 성공사례도 있다. 농촌을 진정으로 살리려면 실리를 따지는 계산과 지혜가 필요하다.

이계성 논설위원 wk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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