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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보리밭 두 동무' 모른척 지나왔던 이웃 이야기 들어보실래요?

입력
2009.05.31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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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어진 지음ㆍ김용철 그림/문학동네 발행ㆍ104쪽ㆍ8,800원

정감 어린 단어들로 독자에게 말을 건네지만 때론 누구보다 강한 어조로 주제를 전달하는 임어진의 동화집이다. 물리적인 아파트의 벽, 또는 세월이 세워놓은 감정의 벽 등으로 갈라져 살고 있는 이웃의 모습을 세 가지 이야기에 담았다. 고단한 삶을 살면서 서로를 잊고 지내는 존재, 이웃. 어린 아이들의 말로 꾸며진 동화에서 만나는 그들이 가슴을 따뜻하게 한다.

책의 첫머리에 등장하는 '편지함'은 길고양이들을 돌보며 홀로 사는 할머니와 두 악동이 편지함을 매개로 만나고 교감을 나누는 이야기이다. 할머니에 대해 떠도는 나쁜 소문을 믿고 매일 할머니의 편지함에 잡동사니를 넣어 놀라게 하는 악동들. 이 아이들이 어느날 할머니의 처지를 이해하면서 이제까지와 달리 전혀 다른 선물을 편지함에 넣기 시작하는데….

두 사내가 시골길을 걸어 마을로 들어오는 장면으로 시작하는 두 번째 이야기 '보리밭 두 동무'. 서로 길을 의지해 걷던 이들은 다름아닌 귀신이다. 각자 집으로 찾아 들어가 제삿밥을 먹으려는 이들은 생전의 원수 사이였다. 하지만 혼령이 되어 화해를 한 이들은 이젠 정담과 농담이 험담보다 편안한 친구가 되었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일까. 정작 당사자들은 이미 이웃사촌으로 돌아와 있건만 남겨진 이승의 자식들은 여전히 불구대천의 원수 사이인데…. 이 두 혼령이 다녀간 후 '귀신 같이' 화해하는 자손들, 그리고 가족 간의 구원을 풀어주고 서로 부축하며 먼 하늘로 다시 돌아가는 두 동무의 이야기가 훈훈하다.

마지막 이야기 '까만 봉지 빈'은 태어나 한 번도 무언가를 담아 본 적이 없지만 가치 있는 곳에 쓰이고 싶다는 꿈을 꾸는 비닐봉지의 모험담이다. 이웃인 고양이의 도움으로 소각장에서 탈출해 꿈을 살려가는 비닐봉지의 이야기가 아이들에게 희망의 소중함을 전해준다.

양홍주 기자 y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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