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공 초기 대표적 공안조작 사건인 '아람회 사건' 관련자들이 사건 발생 28년 만에 열린 재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1981년 7월 대전경찰서는 5ㆍ18 광주민주화운동의 실상을 알리는 유인물을 배포한 혐의(국가보안법ㆍ계엄법ㆍ반공법 위반)로 대학생 박해전(당시 26세)씨 등 6명을 영장 없이 체포했다.
정해숙(47), 황보윤식(32)씨는 교사, 김창근(26)씨는 경찰관, 김현칠(25)씨는 검찰공무원, 이재권(25ㆍ사망)씨는 마을금고 직원이었다. 육군 대위였던 김난수(27)씨도 보안사령부에 체포됐다.
발단은 한 고등학생이 이들이 전두환 당시 대통령을 비난하는 말을 듣고 경찰에 신고한 것. 경찰은 이들을 대공분실에 30여일 간 감금한 채 구타와 물고문을 하며 '아람회'라는 가상의 반국가단체 조직원으로 둔갑시켰다.
학교 동문인 이들이 그 해 5월 김 대위의 딸 '아람'양의 백일잔치에서 계를 만든 것을 두고 반국가단체로 조작한 것이다. 대전지검도 경찰 의견대로 이들을 구속 기소했다.
사법부도 다를 게 없었다. 82년 2월 대전지법은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 징역 2~10년을 선고했다. 2심인 서울고법이 일부 혐의를 무죄로 판단해 형량을 낮췄으나, 대법원은 무죄 부분을 유죄 취지로 파기 환송해 결국 83년 징역 1년6월~10년이 확정됐다. 군법회의에 회부된 김 대위는 징역 4년이 확정됐다.
2007년 7월 진실ㆍ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이 사건을 조작으로 결론 내리고 국가에 사과 및 재심 조치를 권고했다.
21일 서울고법 형사3부(부장 이성호)는 박씨 등 4명에 대한 재심 선고공판에서 "경찰이 영장도 없이 보안분실에 가두고 가혹행위로 거짓 진술을 받아낸 불법행위가 인정된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과거 재판부가 조작 사건의 실체를 밝혀내지 못하고 유죄를 선고한 것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또 고문 후유증에 시달리다 98년 숨진 고 이재권씨 가족에게 "선배 법관을 대신해 위로의 말씀을 드리며 고인이 하늘나라에서 평안하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재판 직후 피해자들은 "그간 반국가단체 구성원이라는 굴레에 묶여 모든 사회적 관계가 파괴돼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을 겪었다"며 "과거사 청산의 본보기를 보여준 재판부에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이영창 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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