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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대기업 구조조정 신속·정확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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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대기업 구조조정 신속·정확히

입력
2009.05.31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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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흔히 쓰는 '경제 구조조정(restructuring)'은 상당히 순화된 용어다. 말 그대로라면 산업 또는 기업의 비생산적인 부문을 축소해 자원과 인력을 생산적인 부문으로 돌리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 의미라면 문제될 것은 없다. 그러나 10년 전의 상황을 기억해낸다면 전혀 다른 뜻을 가진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안 될 것 같은 기업을 죽이고 그 기업에 종사하는 근로자들과 가족들을 거리로 내 몬다는 의미이다.

어느새 느슨해진 정부ㆍ금융권

외환위기 당시 필자도 구조조정 대상이었던 한 금융회사에 몸을 담은 바 있다. 하루아침에 날아온 회사의 영업 정지, 청산, 해고 통지서, 그래서인지 구조조정이 얼마나 무서운지를 잘 알고 있다. 회사를 그만두던 날, 수많은 기업들의 청산, 근로자들의 대량 해고, 이러한 혼란은 내 남은 평생 다시 볼 수 없을 것이라고 확신했었다. 그 확신은 10년 만에 보기 좋게 틀렸다.

지금 위기의 진원은 다르지만 구조조정이라는 말이 다시 우리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다. 그러나 외환위기를 한 번 겪어서인지 사실 그때와 같은 공포감 수준은 아니다. 그래서인지 정부, 금융권, 기업 모두가 속도나 시급함이 없어 보인다. 정부는 금융권에 칼자루를 쥐어 놓고 뒤에서 '마이크 서비스'만 하고 있다.

금융권은 자신들이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에 썩 내켜 하는 눈치가 아니다. 기업들은 기업들대로 올해 들어 경제가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는데, 무슨 구조조정이냐, 몇 달만 자금 지원을 해주면 보란 듯이 살아날 수 있다고 말한다. 이런 상황이니 구조조정이 지지부진한 건 당연하다.

기업들의 논리대로 구조조정이 필요없는 것인가? 아니다. 구조조정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 이유는 명백하다. 아직 위기가 진행중이기 때문이다. 최근 경기가 좋아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불황의 강도가 다소 완화되고 있는 것일 뿐이다. 더구나 미래도 알 수 없다. 다시 불황의 강도가 강해질 수도 있고, 바닥에 발은 디뎠지만 올라가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럴 경우 일부의 부실이 전 부문으로 확산될 것이고, 수개의 기업만 구조조정을 하면 될 것을 수천개의 기업이 어려움에 처하게 된다.

더 중요한 이유는 위기 이후 한국이 세계 경제 질서에서 살아남기 위해서이다. 미국이 지금의 금융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서 자국의 자동차 기업들을 버리는 것이 아니다. 자금이 없어서가 아니다. 미국 금융 시장이 불안한 이유는 신뢰가 상실되었기 때문이다. 시간은 걸리겠지만 언젠가는 신뢰가 다시 쌓이고 그때까지만 자동차 기업들에 대한 지원이 이루어진다면 못 살릴 것도 없다.

그러나 지금 미국 정부가 칼을 드는 것은 위기 이후 펼쳐질 효율성 전쟁 때문이다. 원자재 가격이 오르는 것은 불가피하고, 중국 등 공업국들의 도전은 가속화될 것이고 따라서 국가와 기업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비효율적인 부문을 도려내야만 하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도 지금과 같은 기업 구조조정의 속도로는 안 된다. 위기에 대응하는 가장 훌륭한 방법은 무엇을 하느냐에 있는 것이 아니고 무엇을 하든 신속해야 한다는 데에 있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가 구조조정의 과정과 그 결과에 대해 '연대보증'을 해야 한다. 지금 기업 구조조정은 금융권이 주도하고 있다. 그러나 과연 금융권이 나중에 발생하는 문제에 대해 책임을 기꺼이 지려고 하겠는가 말이다.

목표는 '경쟁력 강화' 잊지 말길

둘째, 구조조정의 가장 큰 목적이 중ㆍ장기적인 경쟁력 강화에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기업 구조조정의 속도를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정확한 강도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끝으로 구조조정은 부실기업의 정리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새로운 산업, 새로운 사업 기회를 만들어 내는 것이 구조조정을 완결하는 것이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기간산업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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