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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성란의 길 위의 이야기] 낙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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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성란의 길 위의 이야기] 낙화

입력
2009.05.31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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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면서 문상을 가는 일도 조금씩 늘고 있다. 익숙해질 법도 한데 문상은 언제나 어렵고 마음은 한없이 무겁다. 제단 앞에서는 손이 조상하고 상주가 조문을 받는다. 예전에는 손도 곡을 하고 상주도 곡을 했다지만 요즘 그렇게까지 하는 경우는 드물다. 상가에서는 예를 차려 손을 대접하고 손은 자리에 앉아 망자를 추모한다. 이것이 우리의 예법이다. 돈이 많건 적건 좌파건 우파건 상관없이 우리 국민이라면 누구나 알고 실제 행동으로 옮기는 상식적인 규범이다.

'

반만년 역사까지 들먹일 필요는 없더라도 적어도 몇 백년간 이어져온 예절임에는 틀림없다. 지난 이레는 이런 상식이 지켜지지 않는 날들이었다. 추모객들은 경찰의 통제 아래 힘겹게 분향을 마쳤다. 슬퍼하는 것조차도 쉽지 않은 상황에 많은 사람들이 힘들어했다. 바보 노무현은 마지막 가는 길조차 평탄치 않았다. 만장에 쓸 대나무는 PVC로 교체되었고 전직 대통령의 추모사도 거부되었다.

한 술 더 떠 검찰은 추모제가 끝나면 불법 집회에 강력 대응할 것이라는 으름장을 놓고 있다. 정말 무서운 것은 불법 집회 따위가 아니다. 혼자서 꾹꾹 슬픔을 눌러 참고 있는 이들의 마음이다. 오늘 노제에서는 수 십만의 사람들이 그의 마지막 길을 따라갔다. 이들의 마음 대신 풍선이 소리 내며 터졌고 낙화하듯 종이비행기들이 길 위에 널렸다.

소설가 하성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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