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어제 안상수 의원을 새 원내대표로 선출했다. 당내 친이 세력의 핵심 중진으로 꼽히는 그는 결선투표에서 황우여 의원을 크게 따돌림으로써 4ㆍ29 재보선 참패로 동요를 겪은 친이 세력의 새로운 응집소로 떠올랐다. 그가 이번 경선 승리로 확인한 구심력을 바탕으로 산적한 의정과제를 헤쳐가는 데 지혜와 용기를 발휘하길 기대한다.
안 의원의 승리는 거대여당의 앞날과 관련해서는 적잖이 우려를 갖게 한다. 당장 당내 화합, 계파 융합 움직임이 경선 과정에서 크게 후퇴했다.
결선투표 결과는 계파별 세력 분포와 그대로 겹친다. 더욱이 '보이지 않는 손' 논란과 관련해 이상득 의원이 친이 계열 의원들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결과적으로 친이 세력의 막판 결집을 유도한 것은 친박 계열에 패배의 상처보다 더 큰 감정의 앙금을 남겼을 법하다. 이는 황우여 의원과 손잡고 정책위의장 후보로 나선 최경환 의원이 '참담한 심정'을 토로한 데서도 드러났다.
한층 큰 우려는 안 원내대표가 경선과정에서 줄기차게 '강한 여당'을 강조한 데서 비롯한다. 그는 정국 주도권 확보와 결단력, 그리고 '이명박 정부의 성공'을 경선 공약으로 내세웠다. 야당과의 대화를 언급하기도 했지만 형식적이라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국민의 시각에서 여당 내부의 화합 여부는 그들만의 문제일 수 있다. 그러나 '강한 여당'은 한나라당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가뜩이나 이강래 민주당 원내대표가 '선명 야당' 기치를 높이 치켜든 마당이다. 6월 임시국회를 앞두고 벌써부터 미디어 관련법안 처리 등을 놓고 여야의 신경전이 날카로워지고 있다. 여야가 '강한 여당'과 '선명 야당'의 굳은 자세를 풀지 않고 그대로 밀고 나갈 경우 18대 국회 들어 이미 여러 차례 목격한 정면충돌이 불가피하다.
야당의 강파른 자세도 문제지만, 이를 빌미로 여당까지 일방적으로 밀어붙인다면 정국이 소용돌이 칠 것은 뻔하다. 안 원내대표가 당 안팎으로 한결 유연하고 포용적인 자세를 보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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