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자동차 업계가 '연비 전쟁'에 돌입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선진국들이 에너지 절감과 대체에너지 개발 등 강력한 친환경 에너지 정책을 추진하면서 차량 연비 향상이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최우선 과제로 떠올랐다. 특히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미국은 2016년까지 승용차 평균 연비 기준을 ℓ당 16.5㎞로 상향 조정키로 전격 결정했다.
이 같은 연비 규제 강화는 일단 국내 완성차 업계에 호재라는 분석이다. 연비가 상대적으로 좋은 중ㆍ소형차 수출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 연비ㆍ친환경 기술은 일본과 유럽 완성차 업체들에 비해 뒤지는 편이다. 하이브리드카, 전기자동차, 수소차 등의 친환경차 관련 기술도 취약하다.
실제 미국 도로교통안전국 자료에 따르면 현대차와 기아차가 현지에 수출하는 승용차의 평균 연비는 ℓ당 각각 14.1㎞와 14.3㎞로, 강화된 기준인 16.5㎞에는 못 미친다. 특히 현대차 '아반떼'(2,000㏄)와 기아차 '포르테'(2,000㏄)의 연비는 ℓ당 13㎞대에 불과하다. 이는 도요타(16.2㎞)와 혼다(15.0㎞) 등 일본 업체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유럽 업체들도 그간 지속적으로 연비를 높여왔기 때문에 미국의 새 연비 기준에 별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하이브리드카를 비롯한 친환경 차량의 상용화 성공 여부에 따라 연비 전쟁의 최후 승자가 결정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문제는 일본 업체들의 경우 ℓ당 20㎞를 넘는 하이브리드카를 이미 양산하고 있고, 유럽 업체들도 친환경 디젤 차량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어 경쟁이 만만치 않다는 데 있다.
현대ㆍ기아차는 향후 연비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하이브리드 모델의 연비 성능을 더욱 강화하는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우선 미국시장의 주력 제품인 '쏘나타'에 풀(Full) 하이브리드 기술을 적용, 2010년 하반기에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GM과 차량 개발 전략을 공유 중인 GM대우도 본사의 친환경 기술 개발에 발맞춰 연비 성능이 높고 배기가스 배출량이 적은 제품을 만드는 데 힘을 쏟고 있으며, 르노삼성도 2011년을 목표로 전기차 상용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김필수 대림대학 자동차학과 교수는 "일본과 유럽산 자동차의 연비 성능이 뛰어난 점을 감안하면, 국내 업체들이 친환경 성능을 더욱 혁신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유인호 기자 yi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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