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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버랜드 CB 판결/ "10여년 논란 종지부" 이재용 시대 열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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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버랜드 CB 판결/ "10여년 논란 종지부" 이재용 시대 열리나

입력
2009.05.31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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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년간의 편법 경영권 승계 논란에 종지부를 찍게 됐다."

29일 대법원의 에버랜드 전환사채(CB) 저가 발행건과 관련, 이건희 전 회장의 무죄가 확정된 것에 대해 한 삼성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삼성의 경영권이 이 전 회장에서 아들인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로 넘어가는 데 있어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에버랜드 CB의 족쇄가 풀렸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이번 판결은 이전무가 에버랜드 CB를 인수, 삼성의 지주회사격인 에버랜드 대주주가 됨으로써 삼성 그룹 전체의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는 법적 권한을 마무리지었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삼성은 지주회사격인 에버랜드가 삼성생명(19.3%)을, 삼성생명이 삼성전자(7.3%)를, 삼성전자가 삼성카드(36.9%)를, 삼성카드가 다시 에버랜드(25.6%)를 지배하는 핵심 계열사간 순환형 지배 구조를 갖고 있다.

그 동안 삼성은 실적이나 기술력면에선 글로벌 시장의 선두 기업으로 도약하는 데에 성공하면서도 경영권 승계면에서는 여론의 역풍과 법적인 논란에 휘말려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했다. 그러나 이제 이런 부담에서 자유로워짐에 따라 이 전무가 경영의 전면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졌다.

경영 환경도 이 전무 체제의 등장을 요구하고 있다. 삼성은 지난해 이 전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뒤 구심점이 사라지며 예전 같지 못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미래 신수종 사업에 대한 대규모 중장기 투자가 눈에 띄지 않는다는 문제도 부각되고 있다.

그러나 당장 이 전무가 경영 전면에 나서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일단 이 전무 개인사 파문이 가라앉았다고 볼 수 없다는 게 고민이다. 경영 능력을 보여줄 기회도 없었지만 뚜렷하게 내 세울 만한 공적도 아직은 없다. 다른 삼성 관계자도 "재판이 완전히 끝났다고 볼 수 없지 않느냐"며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점을 전했다.

특히 이날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BW) 헐값 발행과 관련한 무죄 판결이 파기환송되며, 이 전 회장이 계속 재판을 받아야 한다는 점도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이에 따라 당분간은 사장단 협의회 중심의 집단지도체제가 이어지며 이 전무 체제로의 전환 시기를 저울질할 가능성이 가장 크다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박일근 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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