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경제는 최악의 상황을 벗어난 듯도 한데, 가계 살림살이는 더더욱 팍팍해졌다. 가계의 실질 소득과 소비가 2분기째 내리 감소세를 보였다. 끝을 짐작할 수 없는 경기 침체에 에 대한 불안에다 예전보다 벌이가 시원치 않아졌기 때문인지, 가계마다 씀씀이를 줄여 미래에 대비하는 양상이다.
통계청이 29일 발표한 '1분기 가계동향'에 따르면, 2인 이상 전국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347만6,20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0.8% 늘었다. 하지만 물가상승분을 반영한 실질소득은 오히려 3.0% 감소했다. 실질 소비도 지난해 동기 대비 무려 6.8%나 줄었다.
1분기 기준으로 실질 소득과 소비의 동반 감소는 관련 통계가 작성된 2003년 이래 처음이다. 감소 폭도 최대였다. 실질적인 소득과 소비는 지난해 4분기에도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5%, 3.1%씩 마이너스를 기록한데 이어 올 1분기에는 더 크게 추락했다.
소득 감소가 더 심각한 소비 위축으로 이어지는 경기 침체의 악순환도 뚜렷해졌다. 가구당 월평균 소비지출은 1년 전과 비교해 3.5% 줄어든 213만7,900원. 소비지출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통계 작성 이후 전례가 없는 일이다. 자동차구입(-46.6%), 주류 및 담배(-13.5%) 소비가 눈에 띄고 줄었고, 의류 및 신발(-4.1%) 식료품 및 비주류음료(-3.5%)까지 씀씀이를 줄일 수 있는 건 모조리 줄이고 있다.
교육비와 병원비 정도를 제외하면, 가계마다 술 담배 같은 기호성 소비는 물론이고 심지어는 의ㆍ식ㆍ주까지도 허리띠를 단단히 졸라맬 수밖에 없는 상황. 건강보험료 등의 사회보장 지출(10.7%), 이자비용(17.2%)과 같은 비소비성 지출은 2.3% 증가했다.
통계청 관계자는 "전반적으로 가계 소득 증가가 둔화하면서 소비가 큰 폭으로 떨어지고, 이로인해 가계 흑자 폭은 커지고 있다"며 "경기 불황이 가계 살림에 반영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벌이는 기대하기 어려우니 소비지출을 줄여서라도 경기 침체 장기화에 대비하고 있는 것이다.
소비심리 위축에 힘입어 가계 흑자는 월평균 69만1,30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4.6%나 증가했다. 소득 하위 20%에 해당하는 1분위 계층만 소득이 5.1% 줄어든 가운데 월평균 50만4,700억원 적자를 냈다. 처분가능소득 중에서 소비지출을 얼마나 하고 있는지를 나타내는 평균소비성향도 75.6%로 1년전보다 3.0%포인트 낮아졌다.
특히 지금 같은 경기 침체 상황에서 돈을 써야 할 중산층 이상에서 소비심리가 급격히 얼어붙은 점도 우려되는 측면. 1분위 계층의 소비는 1년 전과 비교해 1.4% 감소에 그쳤으나, 상위 60%인 3분위~5분위 계층은 소비를 같은 기간 3.5~5%씩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기획재정부는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로 소비심리가 위축되고, 수출감소와 고용부진이 지속되면서 가계 소득 여건이 악화하고 있다"며 "추경예산 편성을 통한 재정지출 확대가 효과를 내면 2분기 이후 가계 수지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문향란 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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