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3월 신학기부터 전국 260여개 중ㆍ고교는 영어 수학 등 주요 과목 수업을 학생 수준에 맞춰 미리 지정된 해당 과목 교사를 찾게 하는 식으로 진행한다.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현행 수준별 이동수업을 주요 과목에 한해 아예 공식화 하는 동시에 수업 방식을 교사 위주에서 학생 중심으로 180도 변경한 것이다. 하지만 이는 사실상 '과목별 우열반' 편성을 공식화하는 것이기도 해 논란이 예상된다.
교육과학기술부는 20일 이런 내용을 포함한 교과교실제 운영 계획을 발표했다. 교과교실제는 과목별로 교사가 상주하는 전용교실을 두고 학생들이 수업 시간표에 따라 교실을 옮겨가며 수업을 듣는 형태다. 미국 등 일부 선진국에서 실시하고 있으며, 우리나라는 시도교육청 주관으로 2007년부터 33개 학교를 시범운영하고 있다.
교과부는 교과교실제 도입을 원하는 학교의 신청을 받아 7월초께 600여곳을 선정한 뒤 학교 증ㆍ개축 및 기자재비 등 용도로 총 3,000억원을 지원키로 했다.
교과교실제는 시행 초기인 점을 고려해 '전면도입형'과 '부분도입형' 등 2가지로 운영된다. 전면도입형의 경우 대부분의 과목에 교과교실제를 적용한다. 학생들은 자신이 속한 반(班)으로 일단 등교한 뒤 수업이 시작되면 해당 교과 교실로 이동하게 된다. 중학교 및 일반계고 45곳이 시범학교로 선정돼 학교당 15억원이 지원될 예정이다.
주목되는 교과교실제 유형은 영어 수학 과학 등 주요 과목에 대해 수준별 이동수업이 실시되는 '부분도입형'이다. 모두 260여개의 중ㆍ고교(외국어고 등 특수목적고 제외)에 학교당 5억원이 지원될 이 유형은 학교 측이 진단평가 등을 통해 학생들의 성적을 상, 중, 하 등으로 나누고, 이를 근거로 해당 수업이 이뤄진다.
예를 들어 '상위권 30%→ A교사, 중위권 30%→ B교사, 하위권 40%→ C 교사'식으로 학생들은 과목별 수준별 수업에 참여하는 것이다. 교과부는 학생 수준 판정 방법 및 성적 배분 비율은 학교 자율에 맡길 방침이다.
그러나 부분도입형 교과교실제를 두고 벌써부터 주요 과목 우열반 운영으로 흐를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서울 S고 이모 교사는 "학교 측이 학생 수준별로 주요 과목 수업을 듣게 하면 과목 우등생이나 열등생이 공개적으로 드러날 수밖에 없다"며 "이로인한 또다른 사교육 유발 등 부작용을 막을 장치를 미리 마련하는 게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교과교실제 도입을 염두에 두고 있는 일부 중ㆍ고교는 이를 감안, 주요 과목 교실 선택권을 학생 자신에게 맡기는 방안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참여하고 싶은 과목 수업은 수준과 관계없이 듣게 하되, 역부족이라고 느낄 경우 스스로 다른 수준의 교실을 찾게 하는 방식이다.
교과교실제를 운영 중인 서울 한가람고 이옥식 교장은 "교과교실제가 학생 만족도를 높이려면 운영의 묘를 살려야 하며, 이런 측면에서 학생들이 열등감을 갖지 않도록 교과 선택권을 세부적으로 확대하는 게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진각 기자 kimj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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